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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지킴이

by 푸르름


동거인과 이야기하다가 신세한탄이 시작되었다. 불만족스러운 현 상황, 굴곡져 보이는 미래, 부정적인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 결국 과거에 대한 후회까지. 잠자코 듣고 있던 동거인이 말했다. “나는 과거는 후회하지 않아. 그러기 시작하면 레체와의 행복했던 시간들도 부정당하는 느낌이어서.”


그렇다. 내 핸드폰 사진첩에는 레체와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들이 가득이다. 삶에 대한 후회와 자책이 밀려올 때면 누군가와 비교하고 있거나 ‘현타’라는 핑계로 부정적인 시각을 장착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슬아 작가는 이를 자의식 지옥과 자의식 천국으로 표현한다. “내 삶을 누구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어마무시한 다짐도, 자의식 천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다(이슬아, 끝내주는 인생, 2023, 디플롯).” 나의 자의식 천국에는 레체가 있다. 레체는 등장하자마자 이 공간을 아름답게 가꿔 더욱 오래 머물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레체가 있기에 누가 뭐라고 해도 떳떳하고 행복했으며 레체를 지켜주기 위해 더욱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c) Leche @holaleche

생각해 보면 꼬리 치며 반겨주는 레체의 몸짓, 활짝 웃으며 손을 주는 레체의 표정, 레체가 잠잘 때 내는 새근새근 숨소리, 이 모든 것이 소확행이고 보물이었다.


언젠가는 레체와 떨어져서 살아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이를 상상하며 불안하고 허무해하기 전에 레체와 주어진 남은 시간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보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레체가 꾸며준 자의식 천국을 더욱 소중히 지켜야겠다고 생각한다. 레체 가족이라는 호칭에 걸맞은 멋진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의 불씨를 다시 한번 지피며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나의 자존감 지킴이 (c) Leche @holale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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