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의 모델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푸르름


강아지와의 동거는 수많은 감정이입의 순간들로 구성된다. 레체의 표정과 몸짓으로 기분과 원하는 것을 추측해 보지만 항상 맞추지는 못한다. 그럴 때면 나는 가끔 나의 기분을 대입시킨다. “좋지? 나도 좋아.“

나는 더운 것 같기도. (c) Leche @holaleche


사진이 순간의 포착이라는 것 또한 때로 현실과의 거리를 증폭시킨다. 억지로 입힌 옷이라도 온갖 재롱과 훈련으로 환하게 웃게 하(거나 적어도 가만히 있게 할 수 있)는가 하면 너무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던 순간도 연사로 찍으면 엽기 사진이나 지못미 사진이 꼭 있다.

우사인 볼트의 귀요미 순간 (c) Leche @holaleche
제발 벗겨줘 (c) Leche @holaleche
눈 네모나게 떠 (c) Leche @holaleche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있는 귀여운 피사체의 모든 순간을 기록해두고자 하는 욕망은 멈추기 어렵다. 보통 집사의 휴대폰은 강아지 사진으로 가득 차기 마련인데 나도 그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거의 매년 드라이브에 따로 저장을 해두는 실정이다.


가끔은 사진기를 들이대면 정색하는 레체를 보며 너무 찍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눈에 담아두기만은 너무 예쁜 걸 어떡해.

(c) Leche @holale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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