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긁
점점 심해지는 레체의 피부병에 동거인이 피부 전문 병원을 찾았다. 검진을 받고 온 결론은 우선 식이조절부터 해보자는 것. 습식 사료로 바꾼 후에는 밥 잘 먹고 똥 잘 싸서 의심하지 않았기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지만 알레르기가 약하게 있을 경우 반응이 없다가 그 역치를 넘어서서 비로소 증상이 생긴 것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원인을 확실히 찾은 것도 아니고 알레르기 검사를 해볼 수 있는데 비용은 식이/환경 각각 40여만 원. 소독 및 세균 감염 예방을 목표로 하는 레이저 치료는 부위 당 7만 원인데 사람처럼 n회권을 끊고 주기적으로 받는 강아지들도 많다고 한다.
사실 생각해 보면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내 지인은 현재 거의 10년 넘게 매주 피부과를 다니고 있는데 아직도 원인불명이고 다만 증상을 완화하기 위함이다. 피부병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낫지도 않고 괴로운 병이기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 평생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힘든 레이저시술을 마치고(결국 눈보호 안대를 거부해서 형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진행했단다) 기진맥진해서 집에 돌아온 레체가 안쓰럽다. 게다가 가는 길에 오랜만에 넥카라를 벗은 레체가 켄넬 안에서 작정이라도 한 듯 너무 긁어서 앞다리가 까질 정도였단다. 힘내서 이겨내자 레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