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성에 대하여
레체는 참으로 참을성 있는 강아지이다. 레체의 참을성은 수의사 선생님도 인정해 주셨는데 중성화 수술 후에도 집에 갈 때까지 소변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성이라는 오줌조차 참는 바람에 보호자가 레체의 눈치를 보게 된다. 전진 후진하며 쌀까 말까 망설이는 레체를 보면 “제발 참지 마”라고 외치고 싶다.
나도 한 때는 참을성 좀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인지 레체의 모습이 남일 같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한 때 미덕으로 여겨졌던 인내는 더 이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다 번아웃 온다고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만류를 듣기 십상이다. 내가 그런 성격이 못돼서 더 오지랖을 부려 레체를 걱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강아지들이 짖어대도 쿨하게 갈 길을 가는 레체이지만 가끔은 너무 일찍 철이 들어서 우리 눈치를 보며 하고 싶은 대로 못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참는 것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기에. 참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기에 레체도 나도 스트레스 잘 풀며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아무쪼록 레체의 밝은 미소를 오래오래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