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쁜건 전부 어른탓'

by U의 책장

아무도 돌보지 않는 아이들이 고개를 숙인채 묵묵히 일하는 영상을 봤습니다.

보호자다운 보호자 없이 세상에 떨어져버린 어린 아이들이 고생하는 이야기였죠.

눈물을 보일 법도 한 고생인데 꾹 참고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어른스러워 보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힘든걸 힘들다고 자각도 못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지요.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다들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하며,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런 일이 일어나냐는 탄식을 했지요.

그런데 그런 탄식을 지켜보다가 한 문장이 눈에 띄더라구요.

'전부 어른이 잘못한 건데 아이들이 고생한다'고요.


네. 어른들이 못난 것은 분명 사실일거에요.

어른들은 이기적이고, 부박하고, 근시안적이죠. 어른들이 만든 문제도 한두개가 아니고요.

하지만, 세상의 모든 문제가 어른들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배고프면 식사를 해야 하죠.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수확을 하거나 돈이 있어야 합니다. 어린이들은 그럴 능력이 부족합니다.

여기에 어른들 탓은 어디에도 없어요. 원래라면 존재했어야 할 보호자가 사라진 것은 비극이지만, 어른들이 잘못한 것은 아니죠.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어요. 겨울이 오면 추운 것처럼 당연하게, 그 어떤 악의가 없이도 생기는 고통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우리는 너무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무심코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이렇게 아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해.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말은 너무 잔혹하잖아. 어쩌면 이 세상의 시스템이 잘못된 거 아닐까? 그래, 어딘가 분명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네. 측은지심에서 생겨난 마음이죠. 분명 따뜻한 마음이지만, 동시에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부분이에요.

아이러니하게도 동정심에서 출발한 마음은 세상이 썩었다는 결론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겁니다.


어떨 때는 딱딱하게 논리적으로 보는 시선이 더 희망찬 결론을 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원래 혼자 살아갈 수가 없죠. 협업이 필요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가치를 생산하는 능력이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여서 사회를 만들었죠. 변수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

사회가 고도화되며, 갈수록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구성되고 있어요.

앞으로도 억지로 일하는 어린아이들은 줄어들겁니다. 최소한 성인이 될 때까지는 보호받겠지요.

'그냥' 있는 문제점을 끊임없이 보완하고 있는거에요.


고민을 듣고 공감보단 문제 해결 방법부터 제시해 주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을 듣곤 합니다.

"왜 이렇게 정이 없어? 너 T야?"

하지만, 그 사람들이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건 어쩌면 누구보다도 깊이 공감했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 아닐까요? 그 고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거죠.

사람을 위하는 방식은 한 가지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합리적인 공감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성적으로 돌아볼 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이래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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