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잔은 프로게이머가 되지 못한 나를 위하여

by U의 책장

저랑 비슷한 나이의 남자분이라면 한번 쯤은 프로게이머를 꿈꿔 보셨을거에요.

하지만 누군가는 실력에 좌절해서, 누군가는 그냥 흥미가 떨어져서, 그리고 누군가는 그냥 잊어버려서, 게임과는 다른 일을 하고 있지요.

별 수 없지요. 프로게이머도 진짜 소수 중의 소수만 가능한 영역의 직업이고, 프로게이머를 꿈꾸던 초, 중학생은 아주 많았으니까요.

그저 게임이 좋았을 뿐, 거기까지 게임을 열심히 하고 싶지는 않던 사람도 많고요.

우리는 왜 그렇게도 프로게이머를 꿈꿨을까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을까요? 즐거움은 게임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에요.


게임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칭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들은 시작할 때부터 잘 하면 칭찬을 해 주지요. 하나씩 배워 나갈 때 마다 칭찬을 해 주고, 말로 된 칭찬이 아니더라도 확실한 성장을 보여줍니다. 스킬에 능숙해 질 수록 게임 성적이 좋아지는 것도 눈으로 보여주지요. 그것도 아니면 게임속의 희귀한 보상으로 게임을 열심히 했다는 것을 축하해 줍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를 꿈꾸던 사람들은 이야기가 다르죠. 거기는 1초도 안되는 반응속도 차이로 승부가 결정나고, 이 부분은 실력만으로 커버가 되지 않습니다. 혹은 실력으로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퍼부어야 하고요.

오죽하면 그러다가 학업으로 돌아온 사람들 중 몇 명은 이런 말도 하더라구요. '차라리 공부가 재밌다. 그래도 공부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게임을 대할 때와 정 반대의 상황이 된거죠.


우리가 게임을 좋아했던 건 단순히 재미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서 칭찬받고 성장하는 기분 때문이에요.

저도 공부하는 과정은 지루하고 재미 없지만, 그 결과로 시험 성적이 향상됐을 때는 분명히 즐거웠거든요. 게임은 그걸 가장 빠르고 직접적으로 보여줬을 뿐이지요. 그리고 그걸 게임을 유독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 했던 거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일을 게임처럼 보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해야 할 일과 더 잘 할 방법을 매일 임무로 지정해 두는 거죠.

그 대신, 칭찬을 남이 해 줄 수는 없으니까 임무와 성장을 점검하면서 스스로에게 칭찬 해 주는 거에요. 사소하지만, 확실한 즐거움이 될 거에요.


그럼 어디보자... 오늘 저녁의 임무는... 청소, 설거지, 분리수거, 빨래에 글쓰기네요.

조금 양이 많지만... 퀘스트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요.

하나 하나 클리어하고, 성장해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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