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히로인이란 로맨스물에서 주인공과 맺어지지 않은 여성 캐릭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본 <패배히로인이 너무 많아!>라는 만화는 그럼 '패배히로인'들만 가득한 독특한 작품이었어요.
만화가 많다보니 이런 만화도 나오는구나하고 신기해 하면서 봤어요. 재밌더라고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패배라고 말해도 되나?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이유에서 실연을 합니다.
너무 친해서 이성으로 안 보였다거나, 타이밍이 엇갈렸다거나, 그도 아니면 애초에 가망도 없었다거나...
물론 대차게 실연을 하고, 울고, 미련이 남아서 구질구질하게 굴다가 남한테 빌붙어서 폭식을 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봐도 안쓰럽습니다. 당장 본인들이 패배했다고 느끼는 걸로 나오니까요.
하지만 누가 누구와 사귀기 시작했다!라는 것이 모든 것의 마무리는 아니지요. 되려 시작에 가깝죠.
만화 속 '패배히로인'들도 실연의 충격에서 조금씩 회복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새로운 사랑을 조금씩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아픔을 이겨내는 모습을 표현하는 좋은 단어가 있죠.
'청춘'이라고.
어쩌면 청춘은 아직 패배나 실패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지 않은 나이에게 붙여주는 단어일지도 모르겠어요.
조금 더 그런게 허용되던 나이에 시도 해 볼 걸, 하는 어른들의 후회가 담긴 단어인 거죠.
맞아요. 나이를 먹고 책임져야 할 것이 생기면 실패의 대가가 너무 크게 느껴지기도 하죠.
저도 그냥 하고 싶은 거나 하고 다니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던 10대 때가 그리워질 때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렇다고 그 시기에 뭔가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다니진 않았어요.
제가 가장 많이 하던 후회는 '그 때 더 해볼 걸' 이거든요. 그만큼 수동적으로 청춘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지나보니 아름다운 것이 청춘이라고 하지만, 그냥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지...'라고 말하고 싶을 뿐인지도 몰라요.
사실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도 충분히 많은데 말이에요.
저는 최근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예전부터 그림으로도 뭔가를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10대 때는 실력이 부족하다고, 재미 없다고 안하고 다녔던 거죠.
만화를 보며 청춘을 회상하다, 10년 뒤에도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그림이 청춘일 때 시작해야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시작이 청춘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어른도 꿈을 꾸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