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책, 그리고 영상에서는 침구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는 걸까?
자주 길을 잃는 저는 동기부여 영상이나 책을 종종 읽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자고 일어난 잠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말을 마주했고,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자고 일어난 잠자리를 정리하는 것으로부터 저의 무너진 감정들을 추스르려 노력했습니다. 처음 한 두 번은 하루를 안정적으로 사는 것에 도움이 되는 듯했지만, 이내 그 행동의 목적은 잃은 채, 이부자리 정리가 하나의 해야 하는 일로 다가와하지 않으면 마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 같은 찝찝함에 사로잡혀 하루를 보내곤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자고 일어난 잠자리를 깨끗이 정리하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요?"
혹시 여러분들은 좋아하고, 즐겁다는 마음에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질려서 떠나보낸 것들이 있나요? 사실 저는 이 글의 주제를 떠올리고 생각해 보니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런 것 같더라고요. 지금까지 거쳐온 수많은 일들이 즐겁다는 마음에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아, 이 일은 내가 생각한 일이 아니야'라는 마음으로 떠나기를 반복했습니다. 사실 실제로 그 일은 저에게 잘 맞지 않은 일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정한 시간이 흘러 놓아 버린 그것들 앞에 자신을 몇 번이고 다시 앉혀놓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분명 나랑 안 맞다고 생각해서 떠난 것인데 왜 나는 몇 번이고 돌고 돌아 이 자리인가. 사실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는 고장 난 태엽인형처럼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일의 시작은 늘 설레고 기분 좋은 것 같습니다. 전혀 하지 못했던 일들을 조금씩 해내고 있는 자신을 볼 때면 뿌듯함까지. 처음에는 어떤 일이든 하루에 자신이 해 낼 수 있는 양만큼만 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물이 나오곤 합니다. 처음 하는 일이니까 자신을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기준이 없거나, 낮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시간이 쌓여갈수록 실력이 점점 상승하게 되고 이제는 나만의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그냥 좀 더 향상된 실력을 가지기 위해서도 기존보다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우리는 무언가를 얻게 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동안 쉽게 성취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꾸준히 올라가는 형식이기보다는 올라가기고 가끔은 내려가기고 하는 구불구불한 형태인 경우가 더 많으니까요. 그 시간 동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다는 아주 굳건한 믿음이 없다면 지속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성취감이 없는 일을 매일 한다는 것은 때로는 자기 자신에게 학대로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한 가지 일에서 이렇게 생각되는 것은 그냥 나랑은 안 맞는 일이라고 넘길 수 있지만, 이러한 감정이 다양한 부분에서 반복된다면 이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되고, 앞으로 어떤 일이든 시작을 하는데에 더 큰 어려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이 순간을 넘겨야 하는 것일까요?"
누군가는 '그냥 깜빡 죽었다고 생각하고 버텨' 혹자는 '아직 그것밖에 안 했는데 벌써 그러면 어떻게 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인내심이 있다면, 그리고 자기 자신이 무조건 해 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응원의 말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에게는 그렇게 큰 응원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혹하게 느껴졌었습니다. 여기서 뭘 더해, 혹은 안되는데 뭘 하라는 거야.라고 맘속으로 응원에 말에 되받아치기도 했습니다. 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지속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스스로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계속 무언가를 놓아버리는 저에게는 무언가가 되고 있다는 감정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되고 있다는 감정, 성취감은 일의 난이도가 증가함에 따라 쉽게 오지 않는 것이기에 인내가 필요한 부분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매일 저 자신에게 지금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행동해야 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자기 개발서, 영상에서도 이러한 목적으로 이부자리를 정리하세요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내 삶에 무언가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감각을 자기 자신에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불정리는 저에게 큰 만족감을 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평소에 하고 싶지만 미뤄왔던 것들을 딱 하나씩만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언어, 평소에 만들어보고 싶었던 레시피,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운동 등... 버킷리스트라는 말 아래에 숨겨두었던 수많은 욕망들을 꺼내보기로 말이죠. 딱 하나만 시작을 합니다. 언제 시작하느냐고요? 제가 하는 일이 슬 힘들어질 때면 새로운 카드를 한 장 꺼내드는 것이지요. 그리고 새로운 일을 하는 즐거움으로 기존의 일은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수행합니다. 그러다 보면 또 일의 성장이 느껴지는 날을 마주하게 되고, 그럼 일이 느는 재미로 또 한 시절을 보내고 하는 것이겠지요. 어떤 날은 일이 잘돼서 좋고, 어떤 날은 내가 한 요리가 맛있어서 좋고, 어떤 날에는 잘 안 들리던 외국어가 들려서 좋고, 그렇게 하루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을 늘려가는 것입니다. 물론 재미를 주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렇지 못한 일도 같이 늘어난다는 뜻이겠지요. 그럼에도 우리는 재미있었던 마음에 들었던 한 가지를 빌미로 또 하루를 살아가보는 것입니다.
이불을 정리하라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지금 나에게 뿌듯함과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만들어 가고 있다는 감정을 유발하는 일이라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시작해 봐라.
오늘 하루가 쉽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것은 내가 간절히 원했던 그것은 잘 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겠지요.
하지만 하루를 찬찬히 되돌아본다면 분명히 무언가 하나는 좋은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