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욕망의 구조적 차이를 이렇게 요약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는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는 왜 어딘가에 속할 수 없을까에 대해서 고민하던 때에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서, 세상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된다면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이 적절한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절대 다 알 수 없는 크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상을 모조리 이해하겠다며 무모하게 덤비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나는 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책은 나를 서점으로 이끌었고, 대형서점부터 독립서점까지 역마살이라도 낀 것처럼 전국 팔도의 서점을 다니게 만들었다.
아주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지만 친숙하지 않은 동네에 있다는 이유로, 내가 가는 최적의 동선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이유로 서점지기와 인스타그램으로만 안부를 묻고 책이야기를 하면서도, 한참을 가지 않던, 하지만 아주 궁금했던 서점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나는 무언가 머리를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수현 씨, 요즘 잘 지내죠?"
이 한 마디에 완전히 무너졌다.
정말 특별할 것 없는 말이었는데, 왜 내가 문을 열자마자 그 사람은 나의 안녕을 물었을까. 안녕을 묻는 일이 이렇게 감동적인 일인가 여전히 마음 한편에 따뜻함으로 존재하고 있다.
누군가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 우리는 '어? 그래, 잘 지내지?'라는 말을 정말 쉽게 한다.
그 말을 하는 동안 우리는 정말 상대의 안녕이 궁금했을까.
상대에게 정말로 너의 안녕을 바란다고 말하고 있었을까.
생각해 본다면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라고. 그건 그냥 '안녕?'과 같은 인사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누군가의 진심 어린 안녕을 받으면 알 수 있다. 나의 안녕이 얼마나 가볍게 사용되었는지를. 그 안녕의 무게를 알고 상대에게 건대는 사람의 말에 담긴 나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이 나를 관통하는 기분을 느낀 사람은 알 수 있다.
그때에 난 느꼈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어준 적도, 그리고 누군가의 내어줌을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구나.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은 가진 척 포장하기에 바빴고, 내가 가진 것은 더 화려하게 꾸미기에 바빴다. 그래서 상대방도 정확하게 나의 세상에 갇힌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동경했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했다. 그럼에도 채워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허무했고, 나의 것을 변변하게 내놓을 것이 없어 나는 늘 초라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의 무게를 투명하게 보이고는 진심으로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묻는 말에서 나는 내가 억척같이 끌어안고 있던 것을 그러지 않아도 됨을. 사실은 내가 오랜 시간 벽을 쌓아 그 속에 나를 가두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나의 외로움과 나의 고독함은 내가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장벽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의 세상은 비로소 혼자만이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닌, 서로가 있음을 인지하게 같이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나만 힘든 것 같다는 생각에 외로워질 때면 저 말이 떠오른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에 책상 앞에 앉아 셀 수 없이 많은 시간 동안 저 말을 따라 썼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을 알아보는 일. 그것은 항상 우리에게 결여되어 있으니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
나의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진심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이야기를 듣다 나도 모르게 울기도 하고, 그것을 빌미로 나의 이야기를 꺼내어 놓기를 바란다. 그렇게 오랜 시간 혼자라고 생각되었던 세상에서 우리의 세상으로 걸어 나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서로의 없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닌 그런대로 우리니까 괜찮다고 절뚝거리면서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길 바란다. 그렇게 끝끝내 완벽해질 수 없는 삶을 한탄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 살기를 바란다. 내딛는 한 걸음이 조금도 무거울지언정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타인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자신마저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이 우리의 세상으로 내딛을 용기 있는 걸음이 환대와 따스함으로 가득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