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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

나를 지탱해 주는 사람들

by 북힐공방



우리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어디에서 보낼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많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바로 직장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이제 단순한 동료를 넘어,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처음 그곳에 발을 들였을 때가 떠오른다. 20년 전, 나는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설었다. 일도 서툴렀고, 사람들과 가까워지기보다는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해내는 게 전부였다. 억척스러운 사람들 틈에서 기죽기도 했고, 매출 문제로 다툼이 오가는 살벌한 분위기에 마음이 움츠려 들었다. 회사 생활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며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


그런 내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사람이 있었다. 나보다 세 살 많은 입사 동기 언니. 우리는 함께 밥을 먹고, 쉬는 시간에도 나란히 앉아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묘한 위로가 되었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작은 숨통을 틀 수 있었다. 그렇게 회사 생활은 점점 익숙해졌고, 나 역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언니는 3년 후 퇴사하고 남편회사로 이직을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작년 운동하러 나갔다가 우연히 만났다. 언니도 직장을 다니며 사이버 대학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언니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올해 사이버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나이가 같은 동료들과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회사 밖에서도 만나게 되었다.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진심으로 친구가 되어갔다. 더 나아가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우리만의 소중한 시간이 만들어졌다. 산을 오르며 각자 싸 온 간식을 나눠 먹고,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을 꺼냈다. 하루의 짧은 여행이 이틀이 되고, 국내여행을 넘어 해외까지 함께 떠나는 사이가 되었다. 회사에서의 우리는 더 이상 단순한 동료가 아니었다. 다른 동료들이 부러움을 살만큼 서로의 신뢰가 돈독해지는 친구였다.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며, 회사 생활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그리고 또 하나의 변화가 찾아왔다. 갱년기로 마음이 공허해질 무렵, 나는 2022년 새벽 기상을 알게 되었다.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천 명이 넘는 단체 카톡방에서 나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곳. 그곳에서 나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좋아요 하나, 댓글 한 줄이 고마웠다. 그런데 점점 온라인에서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댓글로 응원해 주고, 관심사를 나누고, 함께 성장해 가는 이들이 생겼다.


우리는 온라인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했다.
매일 운동 루틴과 간헐적 단식 사진을 올리며 서로를 격려했고,
여행 사진을 공유하며 기쁨을 나누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땐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마음도 오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마음을 나눌 수 있다니,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었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출근하면 반겨주는 회사 친구들이 있고, 내 글을 응원해 주는 온라인 친구들이 있다. 언제든 마음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자산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오래도록 힘이 지속되길 바란다. 건강하게, 그리고 진심을 다해 함께할 수 있기를.

그것이 내가 행복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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