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린다. 오늘도 나를 위해
“오십 중반에 무슨 마라톤이야.”
“무릎은 괜찮아? 그러다 큰일 난다니까!”
나이가 들면 도전보다 안정을 택해야 한다는 말,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생각했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기라고.
나를 뛰게 만드는 건, 숫자가 아닌 마음이니까.
2023년 봄, 친구와 산책하던 어느 날, 호수공원에 걸린 플래카드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4월 23일 안산시 마라톤 대회.”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만 간직했던 버킷리스트, 마라톤 완주.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 한번 도전해 볼까?”
망설일 틈도 없이 친구와 10km 마라톤 접수를 마쳤다.
그 순간, 이미 내 마음은 출발선에 서 있었다.
사실 마라톤이 완전히 처음은 아니었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어느 날, “엄마, 아빠랑 마라톤 해보고 싶어!”라며 말했다.
남편도 함께 신청했지만, 부상으로 뛰지 못했고
결국 나와 아들, 단둘이 10km를 완주했다.
결승선에서 우릴 기다리던 남편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후로 마라톤은 잊고 지냈지만, 다시 한번 마음속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운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걷기와 달리기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3km, 4km, 주말엔 5km까지.
매일 조금씩 거리를 늘리며 포기하지 않는 습관을 만들었다.
뛰는 것이 즐거웠고, 매일 성장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주말이면 반바지 레깅스에 가벼운 점퍼를 입고 공원을 달렸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동질감을 느꼈다.
혼자 같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대회 일주일 전, 마라톤 코스를 미리 달려보았다.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뛰어낸 후, 속으로 되뇌었다.
“할 수 있다.”
자신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대회 직전, 친구가 무릎 부상으로 불참하게 되었다.
잠시 흔들렸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나는 결심했다. 혼자서라도 완주하겠다고.
드디어 대회 당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호수공원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남편이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무리하지 마. 힘들면 포기해도 돼.”
나는 웃으며 답했다.
“오늘은 포기하는 날이 아니야.”
출발 총성이 울리고, 수많은 숨소리와 발소리 속에서 나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눈빛을 나눴고,
누군가의 응원이 마치 나를 위한 주문처럼 들렸다.
반환점을 돌 무렵,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가 이 힘든 걸 해내고 있다.”
결승선에서 기다릴 남편의 얼굴을 떠올리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잘하고 있어. 힘내. 너는 충분히 잘할 수 있어.”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마지막 한 걸음까지 용기를 불어넣었다.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나는 완주할 수 있다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벅찬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남편이 나를 껴안으며 말했다.
“수고했어, 마누라. 대단해. 잘했어.”
그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완주 메달이 내 목에 걸리는 순간, 온몸으로 느꼈다.
“나는 해냈다.”
그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에너지로 다가왔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9월, 두 번째 10km 마라톤을 완주했다.
이젠 걷는 것보다 뛰는 것이 더 좋아졌다.
겨울엔 계단 오르기로 체력을 유지했고, 봄이 오자 다시 길 위에 섰다.
이제 나는 매일 아침 10km 슬로우 조깅으로 하루를 연다.
달리는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하루를 계획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올해의 목표는 하프 마라톤 완주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나아간다.
마라톤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성취감, 자신감, 그리고 매일의 운동 습관.
이 세 가지는 내 삶에 깊이 뿌리내렸고,
나라는 사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시작이 어렵다.
목표 설정하셨다면 그냥 이유 없이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