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지만, 그렇다고 뭐든 다 꺾어 이기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이런 바람 속에서 나는 때때로 갈팡질팡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지 고민하다 후회되는 처신을 하기도 한다. 그런 순간 나를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부족한 모습을 보인 것이 부끄러워 더 잘해보겠다 다짐하지만, 그건 그렇게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계속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바람을 가져왔다.
어린 시절에는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다른 사람을 웃기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 내가 너무 우스운 사람이 된 것 같아 멈추고, 대인배 같은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다만 마냥 착하기만 해서는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인생사다. 내가 부모가 되고 나니 자식들을 지키려면 힘이 있고 존중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그때부터 나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면 어디 가서든 지지 않고 존중받으며 내 아이들을 거뜬히 지킬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생 '존중'이라는 단어를 꿈꿨지만 막상 '강한 사람'으로 살아본 적은 없어서 이번 도전은 쉽지가 않았다.
내가 되고자 하는 강한 사람은 무엇일까?
나와 내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
그러기 위해서는 부당한 것들을 보면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가족의 영역을 정확히 지켜낼 수도 있어야 한다.
'두고 봐라! 나는 기필코 해내리라!'
많이 발전했지만,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 아들 둘을 키우는 나는 여전히 갈팡질팡 한다. 타고난 카리스마가 부족한 나는 '강인함'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가끔 당황스럽거나 무례한 상황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리고 당연할 것 같은 사과들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사실 오늘도 그랬다. 한두 번 어필했지만 그런 경우 대부분은 쉽게 바뀌지 않기 마련이다.
기가 센 아줌마가 되어 싸울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온화하지만 단호함을 잃지 않으며 절대 굽히지 않을 태도를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야 이기고 존중받는 것이 아닐까?
그런 고민 끝에 결국 정신없이 결론을 짓는다, 내가 원하는 게 그런 건 아니었다.
헛웃음으로 상황을 종료 짓는다. 답이 없는 상황에 더 이상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웃어버리고 흘려보낸 후 '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의 눈에 내가 너무 약해 보이면 어쩌나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는 잘했다고 했다, 같이 무례한 사람이 아닌 엄마여서 다행이라고 했다. 어떤 날은 예의를 지켰던 나를 보고 엄마가 좀 더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얘기도 했던 아이다.
결국 아이도 나도 어떤 모습이 정답일지는 정확히 아직 모르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앞으로는 또 어떤 엄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계속 던지고 있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강하지만 올바른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지킬 수 있는 '단호함'과 사사로운 것들을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할까? 나와 타인 모두에게 향하는 '존중'이 우선일까? 이 모든 것이 전부 다 필요충분조건일까? 선함이 존중으로 쉽게 이어진다면, 나를 포함한 인간은 이런 고민을 덜 하게 될까? 별 생각을 다 해본다.
잘 모르겠다. 계속 답을 찾아가는 수밖에.
'먼 훗날 너의 눈과 마음에 비교적 좋은 모습으로 남기를 희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