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효녀다

죄책감을 안고 사는..

by 홍진이

나에겐 엄마와 아빠에 대한 부담감을 죄책감처럼 갖고 있었다. 남편에게 그 슬프고 무거운, 한편 죄스러운 감정을 얘기했을 때,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게 좋았지만 죄책감을 바탕에 둔 불편한 감정은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자유로워지지 못했고 부모님을 계속 미워하는 마음이 들었다. 엄마집에 가기도 싫어졌고 연락을 해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을 공경하지 못하는 마음..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건 또 하나님에 대한 죄라는 생각이 들자 내 마음은 더 무거웠다.


부모님에게 문제가 생기면.. 내 죄책감이 더 커질 것 같다. 평생 불효녀로 살아갈까 두렵다.


어렸을 때 엄마가 돈문제로 힘들어 하는걸 오랫동안 지켜봐왔다. 계속 반복됐던 상황이 한 장면으로 응축되어 기억에 남았는지, 그 날이 충격적이여서 기억에 남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엄마는 일정 기간동안 빚쟁이들의 전화를 받았던 모습이 생생하다. 한숨소리, 지겹다는 말, 너희는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라는 말..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이다.


얼마 전, 어느 설문지에서 부모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감정들에 체크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설문지의 결과에서 나에게 부모님은 나를 걱정시키고 불안하게 하는 존재였다.


부모님은 지금 같이 살지 않으신다. 처음에 우리가족이 서울로 이사왔을 때 아빠의 사업은 이미 지방에 자리잡은터라 새벽같이 출퇴근을 하셨는데,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보니 하루 이틀 텀이 생기고, 일주일에 한 번, 한 달. 그리고 이제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 에만 오시게 되었다. 17살, 생각해보면 나도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아빠의 부재를 느꼈던 것 같다. 그냥 내 생각에 내가 늘 생각했던, 나를 사랑해주던 아빠와 점점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 그것을 선택한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가끔씩 주말에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아빠가 사는 동네에 가서 저녁먹고 헤어질 때마다 나는 많이 울었다.


그런데 어느순간 나는 울지 않게 되었다. 갑자기.. 아빠가 미웠다. 그리움에서 미움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엄마와 아빠는 같이 살지 않으실 것 같다. 내가 어릴 때 엄마 아빠에게 그럴거면 차라리 이혼을 해! 라고 말할 정도 였으니..


엄마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나는 그걸 지켜보는 딸에서 엄마가 되었다. 나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엄마에게 매달 용돈을 드리거나, 엄마에게 도움이 되는 딸은 아니라는 것이 또다른 부담이 된다.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돈을 꼭 못드려도 괜찮을 수 있는데, 감사하지도 못하고 또 그걸 감사하지 않고 불평하는 나쁜 딸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또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릴 때 잘해주지 못했던 미안함과 지금도 그러지 못하는 미안함에 엄마는 여전히 우리집에 오면 청소 설거지, 아이들 옷이며 간식을 잔뜩 사다주시지만.. 나는 그럴때마다 감사하다는 말 대신 엄마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엄마랑 마트나 쇼핑하러 간지도 정말 오래되었다. 돈은 없지만 사주고 싶은게 많아 이것저것 고르는 엄마와 엄마의 그 마음도 알고, 엄마의 형편도 알고.. 나도 넉넉한 상황이 아니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가 너무 화가나서 그런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엄마 돈도 없으면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그건 나에게 부담이라고. 엄마는 나같으면 그냥 받겠다! 뭐가 그렇게 불편해 누가 청소해주면 난 좋기만 하겠다, 너 위해서가 아니라 애들 깨끗한데서 지내라고, 집 지저분하면 너도 짜증나고 그거 애들한테 튈까봐. 라고 말할 때마다.. 엄마 그거 고집이야. 내가 싫다면 제발 하지마~~~!!

내가 엄마한테 돈을 줘 뭘줘 또 서로 상처주고 상처 받은채 헤어진다.


외벌이는 아니지만, 내가 하는 일 유지하고 용돈정도 벌면서 내 힘이 아닌 남편의 도움으로 엄마를 돕는건 당연히 말도 안되니 돈을 더 벌고싶은데 또 좋아서 하는 일을 그만두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나는 불효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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