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는 얼굴을 보며

by 차순옥


주님!

나이가 든다는 것이

주름이 늘어나는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얼굴에 남는 것은

세월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품어온 마음이라는 것도요.


젊을 때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내 마음의 결을 살피지 못했습니다.


이기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고

놓치면 안 될 것들이 많아

늘 손에 힘을 주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됩니다.

쥐고 있던 것보다

놓아야 할 것이 더 많았다는 것을.


주님!

이제는

이길 필요 없는 싸움에서 물러나게 하소서.


옳음을 증명하려 애쓰느라

사랑을 잃지 않게 하소서.


사람의 얼굴에는

그가 평생 건너온 마음의 길이 남는다고 합니다.


원망을 오래 품은 얼굴은

굳어 있고

감사를 자주 불러낸 얼굴은

자연스레 부드러워집니다.


주님!

내 얼굴 위에

분노의 흔적 대신

인내의 자국이 남게 하시고

불평의 주름 대신

기도의 결이 새겨지게 하소서.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는

몸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지 못해서임을

이제는 압니다.


자식에 대한 걱정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붙잡고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영역까지

내가 주인인 것처럼

염려하며 살았습니다.


주님!

자식은 내 소유가 아니라

주님의 손에 맡겨진 생명임을

다시 믿게 하소서.

기도로만 품고

간섭 대신 축복으로 바라보게 하소서.


돈과 성취 또한

나를 지켜줄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나를 구원하지는 못합니다.


주님!

이제는

적당히 가진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단순한 마음을 허락하소서.

많음보다

충분함을 아는 지혜를 주소서.


노년은

끝이 아니라

깊어지는 시간임을 믿습니다.

열매가 익어가듯

말이 줄고

침묵이 늘어나도

그 안에 향기가 남게 하소서.


외로움이 찾아오는 날에는

그 시간을 피하지 않고

주님 앞에 앉아

내 영혼을 들여다보게 하소서.


외로움이 원망이 되지 않고

기도가 되게 하소서.


주님!

남은 시간만큼은

성공보다 성숙을 선택하게 하시고

무언가를 이루기보다

누군가의 마음에

쉴 자리를 내어주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훗날

누군가 나를 떠올릴 때

“참 따뜻한 분이셨어요”

이 한마디로 기억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늘도 거울 앞에서

나 자신에게 말합니다.

잘 살아왔다고.

그리고 아직

더 다정해질 수 있다고.


주님!

이 얼굴 위에

주님의 평안을 얹어 주옵소서

남은 날들이

기도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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