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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속이 빈 나무

by 차순옥

속이 비어버린 이 나무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품고 있다


바람에 깎이고

비에 씻기고

햇살에 녹아내려도

뿌리는 깊게 내려

결국 푸른 잎을 틔웠다


텅 빈 속으로

새들은 쉬어가고

바람은 노래를 남기며 지나간다


겉은 상처로 뒤덮였어도

나무는 여전히 살아간다

속이 비어도 쓰러지지 않는 법을

묵묵히 가르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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