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기억을 떠올려 보다.
내가 2007년도에 쓴 글이다.
당시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잡담' 카테고리에 들어있던 글이다. 네이버 블로그는 2007년까지만 작성되고 이후에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브런치 글을 작성하다 보니 예전에 작성했었던 기억이 나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는 30대 초반의 내가 있었다. 대부분은 그 당시 개봉했었던 영화 리뷰를 했었던 내용이고, 몇 개는 이런 잡담이었다. 가볍고, 치기 어린... 지금 보면 왜 이렇게 생각했을까? 행동했을까? 싶은 글들이 많이 있었다. 그중의 글 하나를 옮겨 적어본다.
나는 맥주를 참 좋아한다. 마시면 배가 빵빵해지는 느낌도 좋고, 컵 속에서 조금 넘쳐 나오는 거품을 후루룩 거리며 마시고 나 안 흘렸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친구의 얼굴도 좋다. 그리고 맥주와 함께 먹는 짭짜름한 안주들도 참 좋아한다.
내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 거의 전부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수능 100일주였다. 고1 때 3학년 선배들의 수능 100일을 남겨놓고 친구 자취방에 친구들과 모여 콜라와 소주를 섞어 소콜을 만들어 마셨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술이 좋아서 마셨다기보다는 취한 느낌이 좋아서, 친구들과 취한 김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아했던 것 같다. 그때 친구들과 마신 술 이후로 내 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고등학교 생활 3년을 술과 같이 했다. 생일이면 생일이라고, 시험 끝나면 시험 끝났다고, 여자친구랑 싸우면 여자친구랑 싸웠다고 술을 마셨다. 그렇게 하고도 대학 간 거 보면 신기하고 친구들이 대학졸업 후 사회 여러 부분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을 보면 또 신기하다.
그때는 맥주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마시면 배만 부르고 늦게 취하는 것에 비해 가격은 비쌌다.
그래서 그때는 맥주를 많이 마시지 않았다.
내가 맥주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대학교 졸업 전 영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대학 4년 12월에 군입대를 앞두고 혼자 떠난 영국에서 Pub에 들르게 되었다. 그 Pub에서 한잔(파인트)에 2,000원가량하는 기네스 맥주를 마시면서 맥주가 좋아졌다. 맥주가 좋아졌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왜 맥주를 마시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 위해 Pub에 들러 맥주를 한잔 마신다.
어떤 할아버지들은 젊은이들이 있는 Pub에 아무 거리낌 없이 들어와 바텐더와 익숙한 인사를 하고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어떤 사람들은 단체로 축구복을 입고 들어와 축구를 틀어놓고 축구를 보고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른다. 어떤 아버지와 아들 같아 보이는 사람은 맥주를 마시며 무슨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나는 그곳에 혼자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그 사람들을 쳐다본다. 내 앞에 2000원짜리 맥주 한잔뿐 안주도 없고 또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이 혼자 있지만, 그런 모습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혼자 술집에 가지는 않는다.
친구들과의 기분 좋고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고 싶기는 하지만 그때처럼 어떤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에 가서 혼자 맥주 한 병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꼭 오늘 같은날 혼자 조용히 사람들을 관찰하며 맥주 한잔하고 싶다. 지금처럼 혼자 있는 집에서 먹는 맥주는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