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정인

어릴 적 상처들이 곪으면 곪을수록 정체성을 흔들어놓는다는 걸 깨달았다.


초등학생 때는 상처를 구태여 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가진 상처보다 내 상처를 말함으로써 엄마가 가질 상처가 두려웠다. 그리고 너무 사랑했다.


중학생 때는 사춘기의 힘을 빌려 온몸으로 티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보다 행동이었다.

묵묵부답이거나 이쁘지 않은 눈으로 엄마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말했다기보다 있는 힘껏 나쁜 말과 큰 목소리를 냈다.

엄마의 사랑이 나에게 올곧게 오지 않을 수 있구나 깨달았다. 내가 엄마를 향한 사랑보다 작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했다.


고등학생 때는 대화를 시도했다.

“엄마가 나 어릴 때 이렇게 말했던 거 기억나? 완전 상처였어.”

무수한 반복.

엄마는 자식이 3명이라는 걸, 나를 가장 힘들어한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야 말할 타이밍과 분위기를 잡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감정의 늪에서 벗어나 이성으로 나의 말을 전할 수 있었다.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이라는 걸.

사랑은 때로는 증오가 될 수도 있음을 이해했다.


연애를 시작하며,

스스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나는 결핍이 있는데, 상대에게 너무 많은 의지를 하게 되는 건 아닐까.

부모로부터 충분한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그건 가장 가까운 나의 배우자에게 충족하길 바라게 된다던데.

두려웠다.

나는 그냥 혼자로도 완벽하길 바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사랑한다.

열이 펄펄 끓는 날, 작은 전등 빛 아래로 물수건을 올려주며 한 없이 토닥여주던 엄마의 얼굴이 기억난다.

따뜻한 아침 살며시 깼을 때, 엉덩이를 두들겨주며 ”우리 아가, 예쁜 내 새끼“라고 불러주던 목소리가 기억난다.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우리 딸” 해주며, 안아주던 따스한 품이 기억난다.


“엄마, 자식을 잃는 거랑 부모를 잃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슬플까..? 난 엄마가 떠나면 더 슬플 것 같아.”


“부모는 떠나도 살아져. 근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자식을 낳아보면 알 거야.”


근데 엄마.

나는 엄마의 부재가 너무 서글플 것 같아.

엄마의 품이. 그 목소리가 사라진다면 계속 계속 사무칠 것 같아.

내 모든 훗날 곳곳에서 그리울 것 같아.

나는 항상 엄마를 애정하고 있었어.

그 어린 그 시절부터 짝사랑하듯이 그렇게 사랑하고 있었어.

사랑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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