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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정 Jul 19. 2024

홍차와 꽃부리 1화

좀비와 백신

   홍차는 풀린 다리로 주저앉아 눈앞에 보인 관경을 넋 놓고 쳐다보았다. 그것은 쓰러진 다연의 배를 물어뜯어 그의 몸을 헤집어놓고 있었다. "으으." 홍차가 내뱉은 소리에, 그것의 고개가 홍차를 향했다. 동공이 뿌옇고 파리한 혈색의 얼굴이었다.  다연의 피를 한가득 묻힌 채로 벌린 입에서는 피인지 침인지 모를 것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도망쳐!"


   하고 돌이 날아왔다. 머리를 맞은 그것은 돌이 날아온 방향으로 달렸다. 정확히는 말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뛰는 듯했다. 홍차는 정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다연이 죽어가던 과정을 상기하면서. 동경했던 그 형의 죽음을 슬퍼해야 할지, 혐오감이 더 쌓이기 전에 형과의 관계를 끊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느껴야 할지가 혼란스러웠다.


-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났다. 그것, 그러니까 좀비는 더 이상 다연의 목을 물어뜯던 때와는 달랐다. 그들은 생각과, 말과, 사랑을 했다. 뿌연 동공과 해쓱한 몰골은 그대로였지만, 그들의 가족은 다시 함께 섞여살 수 있음에 감격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백신 회사, '이브모즈' 덕이었다.


   홍차는 그날 이후 좀비백신을 만들어내리라는 꿈을 꿨다. 좀비가 된 다연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건 홍차 자신을 위한  일에 가까웠다. 그날의 기억을 씻어내고 싶었다. 다연의 신음소리를 들었던 순간부터, 그의 목이 물어뜯기던 순간까지 통째로. 좀비를 마주할 때마다 그날의 다연이 섬광처럼 번쩍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들을 통째로 없애버려야만 했다. 이것이 홍차가 약학과 대학원에 들어가 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한 이유였다.


   홍차가 그토록 좀비를 혐오하게 된 것은 실은 다연의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기억은 다시 홍차가 대학생이던 시절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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