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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정 Jul 12. 2024

홍차와 꽃부리

프롤로그 (0화)

   이것도 사랑일까? 홍차는 다연을 떠올렸다. 동경도 사랑이라면 바로 그것이었다. 그를 볼 적에는 심장이 부푸는 것만 같았다. 홍차가 묻는 것이 어떤 것이든 다연은 대답해주었다. 모르는 것도 없었을 뿐더러 이해시키지 못하는 것도 없었다. 꼭 형처럼 되고 싶었다.


   그래서 홍차는 그 날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궁금한 것을 물으려 다연의 집 앞에 섰던 날. 그 순간에 불었던 바람마저 잊을 수 없었다. 집 밖까지 새어나오던 소리는 다연의 것이었지만, 다연의 것이 아니었다. 평소 듣던 목소리와는 달리 숨소리가 가득 섞여있었고, 하필 고장난 문고리가 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홍차의 눈 앞에는 알지만 모르는 이가 있었다. 헐벗은 차림으로 낯선 중년의 남자와 누워있던 그건, 다연이 아니었다.


   형에 대한 신뢰와 경외가 소름끼치는 모양새로 변해버린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도망치는 것 외에는 이 떨림을 멈출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홍차는 그대로 발을 굴려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달리는 내내 낯선 다연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럴수록 홍차는 더 빨리, 더 빨리, 뛸 수 밖에 없었다. 목에서 쇠 맛이 나고, 심하게 덜컹이는 가슴 때문에 얼굴에 열이 오를 때 즈음, 다연이 홍차의 손을 낚아챘다. 방금과 다르지 않은 차림이었다.


   다연이 입을 벌려 운을 떼려던 찰나, 핏기 없는 무언가의 이빨이 그의 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식간이었다. 홍차와 그것의 얼굴 위로, 다연의 선홍빛 피가 흩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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