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던 팬데믹 사태지만,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나를 회복할 수 있는 큰 기회였다.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3학년 1학기 동안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수업에서 놓친 부분이 있을 때 물어볼 사람이 없었지만, 온라인 수업은 녹화된 강의를 제공했기 때문에 설령 놓치더라도 다시 들으면 됐다. 고등학교 때처럼 성적이 극적으로 오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놓치는 부분이 없다는 점 덕분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성적은 점점 좋아졌다. 그리고 나는 계속 내 능력을 믿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할 수 있어. 못 할거라고 생각하지 마,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거야."
덕분에 나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나에게 주어진 몫만 하면서 교수님께 질문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나를 믿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 과제를 진행하는 데에 거침이 없어졌고, 예전처럼 친구도 사귀고 싶어졌다. 성격이 바뀌어가던 차에, 3학년 2학기가 됐다.
3학년 2학기는 대면 수업으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복수전공을 하던 17학번 언니 한 명과 다니다가, 3명의 편입생 친구들을 더 만나면서 대학교에서 같이 돌아다닐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다. 언니들 덕에 나는 학교생활에 더 잘 적응했다. 종종 놓친 부분을 공유하고, 밥도 같이 먹고. 내가 꿈 꾸던 대학 생활을 언니들 덕에 할 수 있었다.
4학년이 되니 친구가 더 많아졌다. 평범하고 우울하지 않은 대학 생활이 펼쳐졌고, 나에게는 그 순간순간이 굉장히 소중했다. 그 덕에 나는 졸업작품 4개 중 2개 팀장과 함께 창업동아리장의 역할까지 맡게 됐다. 같이 다니던 편입생 언니들 덕도 있고, 4학년이 되어 친해진 언니오빠 덕도 있었다. 그들이 내 글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한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팬데믹 덕에 나는 그 긴 시간 동안 끌어왔던 우울을 거의 덜어냈다. 하지만 우울은 쉽게 나를 놔주지 않았다. 4학년 2학기를 다니던 중, 나에게 갑상선암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