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에 갑자기 찾아온 갑상선암은 내 삶을 뒤흔든 계기가 된다.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갑자기 심장이 쿡쿡, 아파왔다. 평소에도 종종 이런 증상이 있었지만, 그 날 유독 심하게 느껴졌다. 남자친구는 나에게 병원을 가볼 것을 권유했고, 나는 "내일도 아프면 한 번 가볼게. 걱정마."라고 대답했다. 나는 원래 병원을 잘 다니지 않아서, 웬만하면 가지 않을 심산이었다.
다음 날 아침, 숨이 차면서 심장이 조여왔다. 오전 강의를 빼고 심장내과로 향했다. 친할머니께서 심장이 불편하셔서, 유전적 영향으로 심장에 이상이 생겼을까봐 조마조마 했다. 하지만 의외로 심장에 문제는 없었다. 병원에서는 나에게 "심장에 이상은 없지만, 증상이 있으니 추가 검사를 진행해 보자"고 했다. 그 중 초음파 검사를 볼 때, 검사를 봐주시던 선생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분명 이미 살펴봤던 곳인데, 두 번, 세 번을 더 살펴봤다. 나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임을 눈치챘다.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모양이 안 좋아요. 지금 목에 결절이 있는데, 그 결절이 까맣고 선명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 환자분 결절을 보면 점박이 모양처럼 석회로 추정되는 것들이 있고, 모양도 불분명해요. 검사 결과 나오기 전에 차라리 대학 병원에 조직검사를 의뢰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석회라느니, 조직검사라느니,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조직검사가 무엇을 뜻하는지 조차 잊어버렸다. 그저 "그렇군요."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병원에서는 나에게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추정된다며 혈압약을 처방해줬다. 나는 그 날과 다음 날 처방 받은 혈압약을 먹었다.
그런데 몸이 좀 이상했다. 머리가 핑 도는가 하면, 속이 울렁거리기도 하고,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나는 그 모든 증상이 혈압약 때문일거라고 생각했지만, 확신이 없었다. 일단 친구의 부축을 받아 학교 보건소로 갔다. 보건소에서는 병원에 전화를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보건소에서 나오자마자 병원에 전화를 걸었고, 한창 바쁠 시간이었는지 몇 번의 전화 시도 끝에서야 병원 카운터와 통화할 수 있었다.
"아, 00병원 맞죠? 제가 어제 병원에서 혈압약을 처방 받았는데, 먹고 나서 몸이 좀 이상해서요."
"어떤 증상이 있으시죠?"
"일단 머리가 많이 어지러고, 속이 안 좋고요, 정신이 너무 멍해요."
"환자분 성함과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시죠?"
"이름은 노유정이고, 99년생 00월 00일 입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첫 번째 통화가 끝나고 약 5분간 기다렸다. 병원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환자분, 현재 복용중이신 약은 중단하시고요, 내일 내원해주세요."
불안한 마음을 안고 다음 날 병원을 방문했을 때, 예상대로 담당 의사는 나에게 조직검사를 권유했다.
"모양이나 상태로 봤을 때, 갑상선 유두암일 확률이 있습니다. 큰 병원 가서 조직검사를 진행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나는 내 감정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알겠다'고 대답하며 병원 수납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어머니께 바로 전화를 드렸다.
"엄마, 나..."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고,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는 당황해하시며 나에게 연신 '왜 그러냐'고 묻기만 하셨다. 나는 시내 한복판에서 엉엉 울며 ”내가 갑상선암일지도 모른다고, 무섭다고, 어떡하냐”는 말만 반복했다. 어머니는 나에게 별 일 아닐 거라고 하셨지만, 불행히도 11월의 나는 갑상선 유두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