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수술을 한 지 약 한 달이 지나고 곧장 취업한 나는,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하루하루가 벅찼다. 나에게 아무 능력도 없는 줄 알았는데 서울에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에 취직을 했다는 사실이 뛸 듯이 기뻤다. 처음 내가 맡은 업무가 그저 자료를 찾는 것에 불과해도, 옆에서 다른 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해도 나는 그저 내가 그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심취해있었다. 그러나 이 감정은 얼마 안 가 동 나고 말았다.
매일같이 반복해야 하는 업무는 내가 입사한 부서와 연관 없는 일 뿐이었다. 입사 인터뷰를 할 때 대표님과 주거니 받거니 했던, 환경에 대한 대화는 마치 없었던 것 같았다.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의 입장과 나 개인의 자치관은 좁혀질 수 없는 틈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 때가 겨우 입사 4개월 차였다. 그 때부터 약 2개월 간 나에게 정말 이 회사가 필요한지, 내가 이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는지, 또 회사에서는 내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건지, 나는 어느 누구와도 대체될 수 있는 존재는 아닌지, 다양한 것들을 생각했다. 한참 고민하던 나에게, 동생이 "언니, 후회될 것 같으면 하지마."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확실하게 퇴사를 결심했다. 나는 퇴사를 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 날, 대표님께 퇴사 의사를 내비쳤다. 대표님께서는 나에게 2개월의 시간을 제안하셨고, 나 또한 다닌 기간에 상관 없이 첫 회사인만큼 가지고 있는 애정이 있어 대표님께서 제안하신대로 조금 더 있다가 퇴사를 하기로 했다.
퇴사를 결심한 순간, 나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나로 변할 준비를 시작했다. 내 성격이나 외형을 바꾸는 것은 아니었다. 내 삶에 중요하게 자리잡을 루틴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한다는 이야기였다. 우선 개인 인스타그램에 있었던 게시글을 모두 지우고 내 다짐을 적었다. 앞으로 어떤 마인드로 살아자고자 하는지, 그래서 어떤 노력을 할 건지. 나는 철저한 계획형 인간이지만, 그것들을 모두 적자마자 첫 게시글을 올렸다. '실천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꾸준히 하는 일을 사진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매일 다른 사진을 올리고 무드나 톤만 통일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내 계정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불분명해졌다. 그래서 형식을 일기로 바꿨다.
게시글을 일기로 통일하고 한 달 정도를 지내고 나니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나의 꾸준함과 목표를 지지하고, 방안을 제시해주는 인스타그램 상의 친구들이 생겼달까. 그들 덕에 중간에 내 루틴이 지루해지거나 믿을 수 없게 될 때마다 힘을 얻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나는 그들의 칭찬을 먹고 자기계발을 '취미'라고 표현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루종일 나를 더 낫고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 궁리에 빠져 살게 됐다. 친구들은 워라밸이 있는 삶을 추구할 때, 나는 '워크'를 나의 '라이프'로 만들 방법을 고민했다. 일을 습관화할 방법을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