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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하 Mar 27. 2023

자신만의 시각과 생각하는 힘

삼류 봉준호보다는 아티스트 봉만대

밤하늘 - pngtree

다른 사람 혹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 비참한 일은 없습니다. 이 세상은 너무나 훌륭하고 멋진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학창 시절에 올려다본 밤하늘의 별처럼 밝게 빛나길 꿈꾸지만, 실제로 어떤 업계가 되더라도 그곳은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빠르게 깨닫게 됩니다. 어른이 되면서 그것은 단순히 노력이나 시간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체득하게 됩니다.


게임 기획을 하는 방법은 얼마나 쉬울까요? 마치 각 분야의 천재들이 집필한 소설의 일부분을 잘라내어 이어 붙이고 나만의 단어로 수정한다면, 희대의 역작이 탄생하지 않을까요? 소설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그림도 마찬가지인가요?


우리는 작품을 즐기듯 자신만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게임을 즐겼습니다. 작게는 퀴즈퀴즈나 배틀가로세로와 같은 캐주얼 퀴즈 게임이 있을 수도 있고, 크게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동물의 숲, 젤다의 전설과 같은 게임일 수도 있습니다.

기존에 있는 아이디어에 작은 변화와 트렌드한 반걸음 요소만 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탄생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자신이 좋아했던 WOW의 알렌 브렉이 될 수 있을까요?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 데즈카 타카시처럼 될 수 있을까요? 또는 한국의 김택진, 송재경과 같은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요? 창고와 노트북만 있으면 아마존을 설립할 수 있고, 애플 같은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요?


데즈카 타카시, 미야모토 시게루 - 닌텐도 홈페이지


대부분의 예술 업계와 마찬가지로, 실제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쉽게 얘기하기 마련입니다. 제가 예술가들과 분야별로 이야기할 때도, 해당 업계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후회를 느낀 적이 많습니다.

종합 예술 작품인 게임에 대해 한 분야를 도려내어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 방송 PD의 말 한마디에 모든 작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서 작품을 완성해 줄 것이라는 망상은 게임 업계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자칭 게임 학도생들은 자아도취에서 벗어나 자신의 발아래를 볼 순간이 왔습니다. 차가운 자기 객관화가 필요합니다. 자신이 개발하고자 하는 명품 아이디어는 인터넷 웹사이트에 흔히 떠돌아다니는 판타지와 무협 소설의 시놉시스에 불과합니다. 자신이 경험했고 아는 것을 모두 지우고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단순한 보드게임조차 만들기 힘든 순간이 올 것입니다. 하드코어 게이머라고 하는 이태원 미식가로서 음식의 텍스쳐까지 구분하는 혀와 스스로의 손이 개탄스럽기까지 할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2류 미야모토 시게루, 3류 아오누마 될 것인가요?


pixabay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를 지나, 고급 정보가 아닌, 아파트 앞 분리수거장과 같은 느낌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좋은 논문이나 작품을 위해 인터넷의 글을 카피하여 수정해 올리는 것이 한국에서는 평범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는 사라졌습니다. 해당 작품을 채점하는 사람들도 인터넷에 능숙하기 때문에 작성자가 알고 있는 지식은 채점자도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저는 3류 가짜 봉준호 감독보다는 에로거장 아티스트인 봉만대 감독이 더 좋습니다.

또한, 제3의 가짜 동물의 숲을 만든다는 자칭 깨어있는 개발자보다는, 흔한 상업용 게임을 만들지만 주어진 부분에 최선을 다하여 유저들이 내 이름을 몰라도 내 작품을 사랑하게 될 거라는 믿음으로 직업의식이 가득한 저 자신을 좋아합니다.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시각을 갖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는 것이 기획자로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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