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게임이 아닌, 진정한 가상 사회를 창조해야 한다.
콘텐츠 생산자의 새로운 무대
2022년도, 디지털 콘텐츠 업계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메타버스에 대해 깊게 이야기하려면, 대한민국에서는 피할 수 없이 "제페토"와 "로블록스"라는 두 대표적인 플랫폼을 언급하게 됩니다.
웹 2.0의 세상에서는 특정 판매자가 콘텐츠를 창작하며, 그 콘텐츠에 대해 구매자가 대가를 지불합니다. 그 과정에서 유통자는 그에 따른 수수료를 취득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에서 '제페토'와 '로블록스'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각각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제페토'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아바타의 패션 아이템 유통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을 만들어냈습니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아바타에게 옷을 입히는 것이 큰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이로 인해 아바타 옷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룩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로블록스'는 과거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3'에서 유저들이 만들었던 유즈맵처럼, 일반 유저들이 직접 게임의 '룰'을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구매자들은 마치 게임의 치트키를 활용하듯, 게임 내에서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더욱 특별한 권한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이 '로블록스'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게 한 주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두 플랫폼은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용자들을 사로잡고 있으며, 이를 통해 메타버스의 무한한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열풍에 많은 게임 유튜버들은 "그냥 예전 유즈맵 시스템 아니냐? 사기다. 원래 있던 거다."라며 그 가치를 일축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 주장들은 단순히 과거의 시스템과 비교하며 미래의 변화와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말이 자동차가 되고, 자동차가 기차가 되었을 때 “이동하는 것은 똑같지 않느냐”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인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말이 자동차로 바뀌게 되면서, 우리는 더 이상 길을 가다가 말의 분비물에 발을 놓이거나 미끄러질 위험에서 벗어났습니다. 이렇게 자동차는 당시에 보다 청결하고 효율적인 이동 수단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차의 등장은 이동의 방식을 크게 혁신시켰습니다.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스케줄을 짜며 이동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사회 전체의 생활 패턴과 흐름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이동 수단은 우리의 일상과 사회 구조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도로와 교통 시스템의 발전을 가속화시켰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과거와의 유사점만을 강조하며 새로운 변화의 가치를 경시하는 것은 큰 오류일 수 있습니다. 변화와 혁신의 바람은 항상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가져다주며, 우리는 그것을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2019년 11월 지스타 2019에서 열린 펄어비스 커넥트 2019에서 발표된 '도깨비'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현재 메타버스를 논의할 때 가장 이해도가 낮게 나오는 대답 중 하나가 바로 ‘도깨비’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형 도시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며 서로 뛰어놀고 스포츠를 즐기며 전투를 하는 모습은, 실제 메타버스와는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2023년 현재로서, '도깨비'의 개발 과정이나 메커니즘이 대중에게 공개된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메타버스와 '도깨비'를 연관 지어 설명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2021년에 공개된 '도깨비' 영상에 수많은 게임 개발 회사들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도시 위에서 아바타들이 춤추고 뛰어다니며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 그러나 '도깨비'보다 퀄리티가 훨씬 떨어지는 게임 영상이 투자를 받기 위해 수십 개가 등장하였습니다. 건조하게 말하자면, 그냥 판타지 게임에서 마을 하나와 NPC들만 서 있고 몬스터 2 개체와 전투 시스템만 있는 프로토 타입 버전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실제로, 웹 2.0에서의 콘텐츠 생산자가 개입하는 개념조차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도깨비'의 외관만 따라 만들고자 했던 저열한 모습은 사기에 가까운 개념입니다. 그럼 콘텐츠 생산자가 개입하는 개념의 형태가 작동하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요? 사실 최근에는 집에서 재택근무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고전적인 예로는 '네이버 웹툰'이나 소설을 연재하는 '노벨피아', 작가의 글들을 투고하는 '카카오 브런치' 등이 있으며, 심지어 해외에 있더라도 노트북만 있다면 공간을 뛰어넘어 돈을 벌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들 대부분은 이런 개념의 시작점에 가깝습니다. 그렇습니다. ‘제페토’에서 사용할 패션 아트 그래픽 리소스를 만들어 올리는 것과, ‘로블록스’에서 뛰어놀 맵과 규칙을 프로그래밍하여 올리는 것도 게임이라는 틀 위에 올려진 것 빼고는 '네이버 웹툰'이나 '노벨피아'와 동일합니다. 생산 및 판매자, 구매자, 유통자가 존재하는 것이죠.
이 최초의 시점을 조금 더 높게 끌어올려 시선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웹 3.0에서의 NFT와 토큰, 그리고 메타버스 게임에서 가지게 될 개인의 자산은 게임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자신의 자산화가 됩니다. 가만히 있어도 은행의 예금과 적금처럼 아주 적은 수수료라도 이자처럼 획득되는 개념이 하나 더 정착될 것입니다. 지금 현재 웹 기획과 게임 기획, 토큰 기획자들이 먼저 성공시켜야 하는 것은 게임 NFT 경제 에코시스템입니다. 메타버스는 결국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의 주인공이 가상의 세계에서 돈을 버는 것처럼, 다른 시공간과 연결되어 직업을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20년 전에 한국인이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노트북으로 글이나 그림을 그리거나 외주로 코딩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하거나 또는 '디지털 노마드'의 세상이 올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을 했을까요? 물론 그들은 소수이지만 사회가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당장 30대에 회사를 퇴사하고 집 앞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돈을 벌고 계신 분들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듯 말입니다. 앞으로 20년 후에는 가상공간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분리수거하여 돈을 벌 수 있을지, 더 높은 레벨의 아바타들의 비위를 맞추며 구두 아이템을 닦아주고 돈을 벌게 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가상 경제 실패 요인: NFT 게임과 현실의 충돌
베트남의 스튜디오 Sky Mavis에서 개발한 '엑시 인피니티(Axie Infinity)'는 토큰 기반 게임으로 NFT 활용에 성공한 대표적인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대한민국의 '리니지'와 같이 동남아시아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는 'Axies'라는 디지털 애완동물 NFT를 수집, 번식시키고 전투에 활용합니다. Axies를 거래할 때 Sky Mavis는 플레이어에게 4.25%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게임의 메인 화폐는 'AXS'이며, 부화폐인 'SLP'는 2022년 2월에 NFT 시장의 큰 폭락으로 최고치 대비 99%의 가치를 잃었습니다. 또한 2022년 3월에는 북한 해커들이 이 게임의 네트워크를 공격해 약 6억 2천만 달러의 암호화폐를 도난당했습니다.
주요 포인트는 엑시 인피니티의 기본 개념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온 경제적 및 문화적 파급효과입니다.
2019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필리핀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가격리를 시작하면서 경제는 침체되었고, 일용직 노동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필리핀에서는 많은 노동자들이 하루 일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보조금을 제공했지만, 그 금액은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그러던 중, 필리핀의 한 시골 마을에서 엑시 인피니티라는 NFT 게임을 통해 수 주 동안 수백 달러를 벌어내는 사례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필리핀의 평균 월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었습니다.
‘Art Art’라는 이름의 28세 청년은 이 게임을 통해 소득을 얻기 시작한 초기 플레이어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처음 4~5달러의 투자로 시작해 불과 15일 만에 100페소(약 20불)를 벌어들였습니다. 이런 소식은 금방 확산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더 많은 소득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게임 내 'Axies' NFT 펫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시작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에, 필리핀 청년들이 'AXIE UNIVERSITY'라는 조직을 만들어 '장학금'이라는 수익 공유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초기 투자 없이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필리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수익 기회를 찾고 있으며,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경제 생태계에서는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동북아시아에서는 엑시 인피니티 플레이어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게임을 통한 수익이 그 지역의 생계비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게임을 플레이하기보다는 그러한 게임을 개발하여 큰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습니다
그럼 거대한 자본을 움직이는 게임들 중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하나의 대표적인 예로, 에스테반 오르다노가 설립하고 고문으로 활동하는 디센트럴랜드재단이 운영하는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가상현실에서 토지를 구매, 판매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삼성이 디센트럴랜드의 가상 토지에 투자하여 가상 스토어를 선보인 것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뉴욕 맨해튼의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토어 837X를 모델로 한 체험관은 디센트럴랜드 내에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공간은 삼성 제품 정보부터 공연장, 음악 홀까지 포함하여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디센트럴랜드의 토지 가격은 위치나 특성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며, 특히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는 높은 가격이 책정되곤 합니다. 이는 실제 세계의 뉴욕 타임스퀘어와 같은 핫스팟에 큰 광고판이 게재되는 것과 유사한 원리입니다. 그렇지만, 엑시 인피니티와 디센트럴랜드는 특정 지역과 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두 플랫폼 사이에는 다양한 사회 계층 간의 시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엑시 인피니티는 저사양의 스마트폰에서도 구동이 가능하여 동남아시아 등의 지역에서 접근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디센트럴랜드와 같이 고사양 게임은 저렴한 기기로는 즐길 수 없습니다.
반면에 디센트럴랜드의 주요 투자자나 광고주들은 엑시 인피니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그들의 주요 타겟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동북아의 플레이어들은 엑시 인피니티에서 큰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고, 디센트럴랜드 역시 소액 투자자들에게 큰 이익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두 게임 모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디센트럴랜드에서 주로 제공되는 카지노나 콘서트와 같은 콘텐츠는 큰 매력을 가지지 못합니다
2018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개봉하였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미래의 가상 세계를 통해 인간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노동을 수행하는지 예측적인 시각으로 그려집니다. 주인공 타이 셰리던은 현실에서의 불황으로 인해 가상 세계에서 일하여 생계를 유지합니다.
NFT 기반의 유기적인 세계를 구축하려면 세 가지 핵심 계층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건설 시절의 뉴욕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계층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 계층입니다. 이들은 꾸준한 노동과 소수의 투자로 신문을 팔거나 구두를 닦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대가로 생계를 유지합니다.
두 번째 계층은 화이트 칼라로, 전략적 사고와 능력을 갖춘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의 움직임은 서부 개척 시대의 카우보이나 보안관처럼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며 큰 보상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지막 계층은 화이트 칼라의 능력과 서비스를 돈 주고 이용하는 투자자나 사업가들로 구성됩니다. 이 계층의 사람들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지으며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거나, 서부 개척 시대에 큰 땅을 확보하려는 큰 꿈을 가진 사람들과 유사하게, 큰 투자로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한국의 게임 '리니지'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볼 수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유저들의 특성상 실전 플레이에 열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쟁을 주도하는 상위 계층의 유저들 역시 이러한 동북아시아 특성을 지니고 있어, 최고의 장비와 스킬을 획득하기 위해 큰 금액을 투자하고 '전쟁'을 의미하는 '쟁'에 직접 참여합니다.
그들이 전쟁에서 얻은 승리를 통해 성을 점령하거나 세금을 수집하며, 최상의 장비와 스킬을 독점합니다. 이런 리더들은 소속된 '혈맹', 즉 길드의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일정 부분의 보상을 나누어 줍니다.
2000년대 초에 '지구촌'이라는 말처럼, 전 세계 사람들의 다른 생활 비용과 급여를 고려한 NFT 기반 가상 세계를 만들려면, 모든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반영해야 합니다.
특정 그룹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 세계에서 진정한 사회적 연결은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NFT를 이용해서 돈을 벌거나 투자로 이득을 보려는 생각이 현재의 실제 경제와 너무 다르다면, 그 가상 세계는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게 되어, 그냥 게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