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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하 Mar 17. 2023

방치형 '키우기' 게임의 대중화

사신 키우기, 달토끼 키우기, 테일드데몬슬레이어가 대중들에게 인식된 단계

키우기 게임?

 사실 알고 보면 꽤나 오래된 장르입니다. 모바일에서는 2017년도부터 1인 제작 및 소규모 팀으로 제작된 게임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20년도 이후부터 흔히 말하는 메이저 출신 꾼들이 제작하기 시작해 마이너 한 인디에서 올라와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장르입니다.

2021년도를 기점으로 방치형 ‘키우기’ 게임들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사신 키우기의 게임 화면
중견 기업들은 바라보지 않는 시장입니다.

왜냐하면 부족한 아트 수준(1~4인 소규모 개발사가 작업하기 때문에 게임의 톤 앤 매너가 깔끔하게 잡혀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이펙트와 대미지 텍스트가 화면을 가득 채우거나, 유니티 에셋 스토어에서 산 것들로만 아트들이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과 돈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10대 초반 유저 타겟층, 기업 임원진이 바라보는 RPG 장르와 부합하지 않는 방치형 RPG이기 때문에 투자를 하거나 신규 프로젝트를 인큐베이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 장르는 적은 인원으로 만들기 적합합니다. 돈이 부족한 개발사나, 인디 게임 업계에서 시장 동향을 살펴보던 개발자들이 블루오션으로 타겟팅한 것입니다. 이 장르는 '키우기'로, 다에리소프트의 '사신 키우기'와 에이블게임즈의 '달토끼 키우기' 등이 있습니다.


사신 키우기의 게임 아트는 투박하지만, 실제 숏폼 콘텐츠의 형태를 빠르게 도입하여 어린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에게 어필되었고, 달토끼 키우기는 사신 키우기의 아트를 조금 더 세련되게 바꾸었으나, 실제 프로 개발자들이 볼 때는 여전히 지저분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10대에게는 타격감으로 인식되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2022년 초에 쿡앱스에서는 테일드 데몬 슬레이어라는 굉장히 깔끔하고 메이저스러운 그래픽을 가진 방치형 게임을 출시하였습니다. 2022년 2월 일 평균 매출 2억으로 작은 게임 규모에 비해 어마무시한 매출액을 기록하였습니다. 이후 여름에 우마무스메가 한국 시장에 상륙하였을 때도, 달토끼 키우기와 테일드 데몬 슬레이어는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인터넷 방송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코카인 댄스를 곧바로 홍보에 적용하는 사신 키우기
밈으로 유명한 제로투 댄스 역시 숏폼처럼 홍보에 적용하여 어린 고객들을 강하게 타깃


방치형 키우기 게임이란 무엇일까요?

2000년대에 PC RPG 게임을 즐겼던 유저들은 해당 모바일 키우기 게임을 보면 RPG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게임 내 역할(Role)이 없고, 관계망이 너무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개발사가 정해준 길을 따라 모든 유저들이 진행하며, 아이템부터 스킬까지 모두 도감 형태로 제공되고 출석 체크 보상만으로도 100회 뽑기를 제공합니다. 상품군 역시 1$~10$ 내외로 박리다매식 상품 구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의 경우 유저 관계 시스템은 채팅 시스템만 구축되어 있으며, 채팅 메시지 옆에는 서로의 전투력을 비교하여 랭킹이 매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테이지는 잘게 많이 쪼개져 있으며, 자동으로 스테이지에 도전하고 실패하면 이전 스테이지로 돌아갑니다. 게임을 하지 않아도 8시간에서 24시간 정도는 오프라인 보상이 시간에 비례하여 제공되므로 하루 정도는 접속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초반에는 3천 원, 만원 과금을 강제하며, 굉장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좀 더 괜찮은 게임을 하기를 원합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키우기 게임 말고 앱스토어나 게임 뉴스에 볼만한 것 말이죠. 하지만 상업 게임들은 아이들을 상대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최근 대형회사의 주 고객층 모바일 게임 유저들을 구매력 있는 남성 30~40대로 많이 타깃 하며, 매출액을 올리기 위하여 30~300만 원 상품군으로 구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게임들은 너무 비싸게 느껴 플레이하지 않습니다. 최근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방치형 키우기 게임들은 값싸고 많이 주는 불량식품 같은 박리다매형태의 BM 구조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먹는 정도의 과금인 1~2천 원 정도이면 시간을 누적시켜 게임을 진행할만합니다.

달토끼 키우기 게임 화면
실제 유튜브 썸네일 중 하나, 50만 원 과금이면 아이들이 느낄 때는 5억과 같은 느낌일까?


어느새 대기업과 30-50대 유저들이 차세대 웹 3.0 시장을 바라볼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장르가 안착되었고 탄생하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조악해 보일 수는 있으나 아이들에게는 추억이 될 수도 있는 게임이 될 것입니다. 사실 이 시장을 지켜보고 있으면 정말 재밌는 이름들도 계속해서 탄생하고 있습니다. 예로 들어 비둘기 키우기, 표창 키우기, 건슬링거 키우기, 포세이돈 키우기 등 마치 10분짜리 유튜브처럼 자극적인 단어에 이끌려 게임 스크린샷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 끓어오릅니다.

사실 이러한 시장은 기업에 다니는 기획 팀장, PD가 아무리 위의 임원진에게 보고 및 개발 계획을 발표해도 소용없습니다.

쿡앱스의 테일드 데몬 슬레이어


중장년층에게는 자신들이 아는 '게임'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쿡앱스의 세련된 아트로 무장된 테일드 데몬 슬레이어는 초반에 강하게 매출액을 만들었으므로, 사례가 생겼거든요. 아마 몇 년 내로 모바일 MMO RPG, 웹 3.0, NFT 이러한 시장에서 경쟁력에 밀리기 시작한 중소회사들도 참전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 5년 후가 지나면 20~22년도에 중학생이었던 아이들이 20대가 되어 주요 타깃이 될 수도 있거든요.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흐릅니다. 게임이란 단어는 청춘이고 학창 시절일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와 서든어택을 하던 '초글링'들은 30대 직장인이며,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한 아이들은 벌써 홍대, 이태원 클럽을 다니고 브롤스타이즈를 한 '잼민이'들은 벌써 대학생입니다. 지금 제페토, 로블록스, 키우기 게임을 하는 청소년기의 아이들도 곧 성인이 될 것이고 이 게임들을 추억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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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개인 의견임으로, 과거나 현재 재직 중인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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