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PC게임의 1:1 거래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 후반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들은 초반 10~60분 내에 게임을 교육시키고 그에 알맞은 보상으로 무료 가챠(뽑기)를 제공합니다. 해당 뽑기를 통해 좋은 영웅이나 무기가 등장하게 되면 원래 게임을 종료하고 싶었던 마음이 사라지고 새로 획득한 녀석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에 더 게임을 지속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리세마라'입니다. 리세마라란 게임 플레이 도중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세이브해 둔 파일을 로드하여 어뷰징 하는 행위로 리셋 마라톤을 줄여서 리세마라(リセマラ)라고 합니다.
유저들은 첫 뽑기까지 게스트 계정을 생성하여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나 무기가 나올 때까지 몇백 몇천 번을 수행합니다. 실제 첫 뽑기의 확률은 개발사에서 대부분 통제합니다. 그중에서도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객체에 등급을 매겨 진행합니다.
저는 흔히 선발대라 불리는 유저들이 공략글로 올리는 권장 리세마라를 무시하고 게임을 진행한 적이 많습니다. 게임의 밸런스 구조상 크게 상관없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간격이 과금해도 좁혀지지 않아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수말벌'이라고 하는 캐릭터가 굉장히 강하고 이 캐릭터가 쓰는 '독침'이라는 무기가 좋은데 첫 뽑기에서 '장수말벌'과 '독침'을 획득할 경우 계정의 가격은 10~15만 원까지 상승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실제 이 두 개를 뽑기 위해서는 실제 예상 60~100만 원의 과금을 해야지만 뽑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미 '장수말벌'과 '독침'이 존재한다면, 이를 뽑아야 할 대상에서 소거하고 다른 캐릭터와 무기를 노려 과금 최적화를 통해 내 계정의 강함을 단기간 내에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스트 계정, 앱 시뮬레이터 프로그램, 매크로를 통해 하나의 컴퓨터에서 수십 개의 자동화된 리세마라가 공장처럼 진행됩니다. 이는 개발사에서 허락하지 않은 개인 거래 사이트를 통해 현금화됩니다.
한국에 우마무스메가 2022년에 출시되어 큰 열풍을 불러일으켰을 때 여름에 키타산 블랙이라는 서포터 카드가 업데이트 예정이었습니다. 이 카드는 해당 게임에서 마치 한국의 교통카드처럼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필수라는 정보가 올라왔습니다. 해당 정보는 한국보다 1년 먼저 서비스한 일본 서버 유저들의 평으로 믿을 만하였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교통카드와 같다면 게임 내에서 필수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게임의 원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못하게 원래는 먼 거리를 걸어가게 설계되어 있고 그 과정을 쉽게 편하게 단축시켜 주는 것으로 과금이 작동합니다. 해당 키타산 블랙은 우마무스메에서 육성하게 되는 캐릭터에게 꼭 있어야 하는 필수 스탯들을 부여하였습니다.
많은 유저들은 이 한 달 동안 빠르게 리세마라를 통해 게임을 원리와 구조를 아주 적은 과금을 통해 파악하고 키타산 블랙 업데이트를 기다렸으며, 좋은 아이템이 세팅되어 있는 중국 공장 리세마라 계정을 구매하고 했습니다. 수많은 한국 유저들의 수요에 해당 리세마라 계정들은 최대 30만 원까지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가성비 유저들은 2~3만 원에 저렴하게 올라온 리세마라 계정(어딘가 조금 부족하지만 괜찮은 계정)을 구매하였으며, 돈이 있으나 시간과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싶은 유저들은 30만 원 계정(비싼 만큼 완벽한 계정)을 구매하여 자신의 플랫폼(구글, 네이버, 카카오톡)에 연동 후 과금을 진행하여 키타산 블랙을 고강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게임 내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의 가치는 굉장히 길고 큽니다. 동일한 노력과 같은 과금량을 통해 따라잡기라는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한 달 동안 투자한 계정을 버리고 과금 최적화되어 있는 계정을 구매하여 처음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게임 과금 뽑기는 공평하지 않고 친절하지 않습니다.
그 점을 경험해 본 유저들은 불안에 휩싸입니다. 만약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300만 원을 다 써서 뽑기 천장(과한 과금을 막기 위해 몇백 회 시도 시 확정 제공)을 닿아 뽑는다면? 망한 것입니다. 환불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5만 원, 10만 원 중국 리세마라 계정이 싸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2023년 봄이 되어도 신규 출시하는 게임의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가보면 '리세마라', '쌀먹', '거래가능'이라는 단어들이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과거 2000년대처럼 게임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 아이템을 모아 돈을 버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최근 게임들은 유저 간 자유 거래를 막고, 만약 개인 거래를 할 경우에도 아이템 시세에 비례해 수수료가 필요하며, 게임 내 공식 경매장에서는 일정량의 수수료를 취합니다. 이는 불법 거래와 개인의 이득이 취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개발사가 이득을 취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를 깨달은 유저들은 신규 오픈하는 게임에 먼저 진입하여 리세마라를 통한 계정 판매나, 게임 초반에 강력한 아이템을 해당 게임을 편히 즐기고자 하는 유저들에게 비공식 거래 사이트에서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쌀먹' 유저들을 최신 게임에 민감한 게이머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불법 노점상인으로 보아야 할지 웃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