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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하 Aug 22. 2023

미호요의 승리 전략: 패키지 상품 없이 세계를 사로잡다

게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미호요: 패키지 상품을 거부하다

가챠 샵 강남역점

미호요의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에는 특별한 시스템인 '반천장 이월'과 '스택 이월'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죠?

2010년대 초, 지금은 대부분의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가챠'라는 뽑기 시스템이 등장했습니다. 사실, 그 이전의 PC 게임에서는 랜덤 뽑기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신, 대한민국에서는 무기 강화라는 메커니즘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는 무기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아이템들을 사용하며, 실패할 경우 무기가 파괴되거나 강화 수치가 떨어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가챠' 시스템은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확률적으로 플레이어가 원하는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독립시행'이라 부릅니다. 독립시행은 여러 차례의 시행 중 한 번의 결과가 다른 시행의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조작되지 않은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나오는 결과가 서로 독립적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게이머가 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의 뽑기 확률은 1~2%에 불과하며, 때로는 그보다도 낮을 때가 있습니다. 그 결과, 유저들은 큰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게이머들의 불만이 증가하자, 게임 산업에서는 '마일리지'와 '천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아내와 일본 신주쿠의 오락실에서 경험한 일이 생각납니다. 저는 피규어 뽑기에 몇 번의 도전을 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 노력을 지켜본 종업원이 원하는 피규어를 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 감정, 피규어를 직접 뽑는 쾌감을 느끼고 싶어서 계속 도전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직접 뽑지 못했지만, 종업원의 도움으로 총 3개의 피규어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게임 속 '마일리지'와 '천장' 시스템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게임 캐릭터의 가치가 100만 원, 뽑기 확률이 1%이며, 1회 뽑기 가격이 1만 원일 때, '마일리지'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1번 뽑을 때마다 1만 원 치의 마일리지를 쌓게 해, 결국에는 마일리지샵에서 해당 캐릭터를 구매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천장'은 이와는 다르게, 100번의 도전 후 무조건 원하는 캐릭터를 얻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충분한 금액만 있다면, 원하는 캐릭터를 반드시 획득할 수 있게 되죠.


쿠키런 킹덤


천장과 마일리지 시스템에는 몇 가지 결점이 있습니다. 천장 시스템에서는 뽑기를 통해 횟수를 쌓아놓더라도, 새로운 뽑기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기존에 쌓아놓았던 횟수가 초기화됩니다. 이는 유저들이 신규 업데이트 때 1회만 뽑아 바로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한편, 마일리지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쿠키런 킹덤'에서 초기에 있었던 문제를 보면, 캐릭터를 '승급'시키는 데 필요한 조각을 초과해서 얻게 되면, 그 초과분은 자동으로 마일리지로 전환됩니다. 그 결과, 초기에 큰 금액을 지불한 유저들은 뽑기의 확률을 무시하고 마일리지샵에서 원하는 캐릭터를 직접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원신


반천장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반천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00회 천장에서 '픽업 캐릭터', 즉 특정 캐릭터의 등장 확률이 50%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머지 50%의 확률로는 해당 캐릭터와 동일한 가치의 다른 캐릭터가 나옵니다.

만약 '픽업 캐릭터'가 등장하면, 뽑기 횟수는 다시 0으로 초기화됩니다. 그러나, 50%의 확률에서 실패하게 될 경우, 뽑기 횟수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200회까지 도달하게 되면, 해당 '픽업 캐릭터'는 무조건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방식에도 불만이 있을 수 있기에 '스택 이월'이라는 방법도 도입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뽑기를 할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해 더 이상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 다음 달의 뽑기로 누적 횟수를 이월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유저의 불만을 줄이고, 게임 내에서의 지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반천장 시스템은 뽑기의 횟수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유저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일정한 양보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원신에서는 캐릭터를 뽑을 때 90회에 반천장, 180회에 확정 천장이 적용됩니다. 반면, 무기를 뽑을 때는 80회, 160회에 각각 반천장이 적용되며, 240회에서 확정 천장이 적용됩니다.

붕괴 스타레일에서는 캐릭터 뽑기가 원신과 동일한 반천장과 천장을 가지며, 무기 뽑기에서는 90회의 반천장과 180회의 확정 천장이 적용됩니다.

원신의 뽑기 1회 가격은 3,200원으로, 10회 뽑기는 32,000원이 됩니다. 따라서 180회의 천장을 통해 캐릭터를 획득하기 위한 총비용은 576,000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싼 것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한국, 일본 및 북미의 모바일 게임 뽑기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가격대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범위입니다. 한국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가격이 대체로 1,000원에서 5,000원 사이로 책정되어 있듯이, 게임 뽑기의 가격도 어느 정도의 범위 내에서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라이즈 오브 킹덤


그렇다면 미호요의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다른가요? 첫 번째로 강력한 컨텐츠가 그 기반이며, 경쟁 지향적인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상위 랭커들 간의 경쟁을 부추기지 않습니다. 한국 게임 시장에서는 리니지, 가디언 테일즈, 쿠키런 킹덤 같은 게임들이 뽑기와 연계된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곤 합니다. 이는 마치 마트의 1+1이나 2+1 같은 판매 전략을 연상케 합니다. 그래서 중과금 유저들은 높은 효율의 상품들을 구매하며 뽑기를 즐깁니다.

그러나 미호요의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은 이러한 패키지 상품이 거의 제공되지 않습니다. 배틀패스나 뽑기 재화 첫 구매 보너스 외에는 특별한 패키지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과금을 원하는 유저들은 단순히 뽑기 재화를 직접 구매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한국의 다른 게임에서는 15~3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실질적으로는 100만 원 가치의 게임 내 재화나 아이템을 획득하는 효율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호요에서는 그렇게 쉽게 가치를 높이지 않습니다. 유저들은 아예 과금을 하지 않거나, 한도 내에서 결제하거나, 아니면 큰 금액의 결제를 선택합니다. 그 큰 금액도 리니지 같은 게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미호요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유저를 대상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효과적으로 작동합니다.

최근의 많은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2010년대 초기의 뽑기 모델이 점차 효율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호요는 이런 흐름과는 달리 독특하고 차별화된 모델을 선보여, 그 성공이 동시에 부러우면서도 경외감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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