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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하 Aug 12. 2023

게임 성장 억제 방식의 비밀: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

미호요의 게임 디자인: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의 성장 억제 방식 분석

원신

게임에 관심이 없더라도, 최근 2020년 이후에 '원신'은 들어본 게임 중 하나일 것입니다.

'원신'은 미호요가가 제작한 붕괴 3rd의 후속작으로, 출시 직후에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그런 비판을 뚫고 나서도 이 게임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얻어 글로벌 누적 매출이 약 48억 달러(약 6.2조 원)에 달합니다. 국내 매출은 약 2.9억 달러(약 3790억 원)로, 전 세계 매출의 6%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풍미를 떠올리게 하는 원신은, 탄탄한 캐릭터 개성과 다양한 공략 가능성, 그리고 다채로운 콘텐츠들을 스토리에서 뿜어내며 현재 전 세계 게이머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붕괴 스타레일

차기작인 '붕괴 스타레일'은 2023년 4월 26일에 출시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19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와 약 5억 달러의 누적 매출(2023년 4월 26일부터 7월 25일까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 통합 기준)을 기록했습니다.

원신의 계정 레벨 '모험 등급'은 레벨 업해도 행동력 상승은 없다.

미호요 히트 이전의 게임들은 계정 레벨 상승을 통해 '행동력 최대치'가 증가하며, 행동력을 충전시켜 주었습니다. 또한 계정 레벨과 메인 스토리 진행도에 따라 콘텐츠의 해금을 조절하여 전반적인 게임의 진행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이러한 문법은 게임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게임에서 통용되는 기법입니다.

하지만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은 계정 레벨이 올라도 행동력의 최대치를 상승시켜주지 않고 고정 수치를 사용합니다.

계정 레벨 업을 통해 행동력 최대치가 상승되는 예

대부분의 게임 기획자들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유도 억제나 구매력을 억제하지 않고 초반에 과금을 통해 캐릭터들을 강화하고 콘텐츠를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을 채택해 왔습니다. 이렇게 하면 게임 매출을 견인하는 유저들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게임 역사에서 이미 흔히 볼 수 있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중반에도 사설 중계 업체인 아이템매니아나 아이템베이를 통해 게임 골드나 아이템을 초반에 구매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행동이 익숙했기 때문에, 아이템 거래 시스템이 없는 게임일지라도 초반에 구매를 제한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물론 계정 레벨과 콘텐츠 진행도에 따라 상품이 해금되는 시스템도 게임마다 존재하는 흔한 특징입니다.

붕괴 스타레일

예를 들어, '붕괴 스타레일'은 '개척 레벨'이라 불리는 계정 레벨이 20 레벨에 도달하면 '균형 레벨'이라 불리는 제2의 계정 레벨을 통해 캐릭터와 광추(특수 장착 아이템)의 돌파 횟수를 2로 상향 조정하고 레벨 제한을 30으로 높여줍니다. 이 개척 레벨의 경험치는 '마일리지'라고 게임 내에서 정의되는데, 마일리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퀘스트와 도전 과제, JRPG 식 필드의 상자를 열거나 인스턴스 던전에서 행동력을 소모하여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개척 레벨 업의 필수 조건으로 중간에 퀘스트와 던전 클리어를 걸어 유저가 반드시 경험해야 할 콘텐츠를 교육하고 넘어갑니다.

미호요

결과론적으로 해당 기법은 실제로 미호요 개발사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강하게 성장을 억제하는 대신에 어마무시한 양의 스토리와 콘텐츠를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즐기듯이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게임을 느리게 진행해도 되는 이유는 경쟁 콘텐츠가 없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콘텐츠만으로도 유지되는 모바일 게임의 탄생의 배경에는 중국의 크고 강한 개발 역량이 존재합니다. 한국에서 100명이 투입되어도 불가능한 제작 코스트를, 미호요는 최소 700명의 인원을 투입해 가능하게 합니다.

과거에 중국 게임 회사를 가려고 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돈을 많이 지불하더라도 기술력만 빼앗기고 버려진다는 이야기가 많았으며, 실제로도 그러한 사례가 주변에서 흔히 들려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 현지 게임 업계에서는 '쌀이 있으면 쌀을 고른다 有米选米'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미호요(米哈游)에 '미'(米) 자가 들어가는데, 미호요가 부르면 갈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

서양권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나가서 일하는 인재들을 미호요는 대거 스카우트하는데, 마치 15년 전 맨체스터 시티를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서양에서 AAA급 게임 개발 환경에서 10년 정도 경험을 쌓은 후에 텐센트나 미호요에 입사하면 연봉은 최소 100만 위안(2억 원)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원신의 글로벌 성공으로 '원신'이나 '붕괴'와 같은 IP에 연결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경력을 쌓는 것을 원하며,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회사는 한정적이기에 인재들의 회사와 프로젝트 선택은 좁혀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에서 맨체스터 시티가 고액 연봉으로 초반에 선수들을 영입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과르디올라라는 명장 감독과 다수의 트로피를 획득 후 이제는 실력 있는 선수들이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전 세계에서 능력이 있거나 경험을 쌓길 원하는 인재들이 원신의 성공을 경험하기 위해 미호요로 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제 중국 게임이라고 손가락질 못합니다. 미호요는 '명품' 회사가 되었습니다. 이태리나 독일의 명품 제작 회사처럼, 회사의 명성으로 인해 가능한 가죽 바느질과 엔진 제작 기술은 '비효율적'이더라도 미호요라는 회사에서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강한 성장 억제와 경쟁 콘텐츠의 부재, 스토리 위주 콘텐츠, 그리고 방대한 오픈월드는 사실 굉장히 비효율적이며, 한국에서 한정된 인원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사이즈입니다.


마치 투자 대비 매출을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진 백화점을 보는 것 같습니다.

1만 원에 수영장과 놀이동산을 줄 서지 않고 즐기며, 

고객만큼의 많은 종업원이 나를 맞이해 주고, 3만 원에 푸드코트 올프리패스를 즐기는 것과 유사합니다.


미호요의 '모험 레벨'과 '개척 레벨'을 통해 유저들을 강하게 억제하는 방식은 미호요만의 가능한 형태입니다. 다만, 최근 2~3년 동안 이러한 시스템에 유저들이 익숙해지면서 해당 방식이 한국과 일본의 모바일 게임에서 등장하더라도 유저들이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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