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적인 게임은 무엇인가요? 비밀입니다.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주말에는 뭐 하셨어요?'라고 묻고 '어떤 영화를 보셨어요?'나 '어떤 게임을 하시나요?'라고 이어서 질문을 합니다.
저는 이러한 질문 중 게임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 대부분 잘 대답하지 않습니다. 제가 대답을 하더라도 해당 게임의 이름이나 동작 원리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서로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와는 접근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평소 즐기는 게임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출퇴근길에 하기 좋은 자동사냥 형태의 게임과 캐주얼한 모바일 게임, 가족들과 함께 하는 포켓몬스터 스칼렛, 컴퓨터 앞에서 고향 친구들과 즐기는 리그오브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그리고 술 한 잔과 함께 즐기는 PS5의 스파이더맨이나 레드 데드 리뎀션 2와 같은 콘솔 게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행복을 주는 시간은 가끔 스팀에서 인기가 없는 게임을 구경하다가 완전히 그 게임에 빠져들어 며칠 동안 조용하게 즐기는 순간입니다.
2022년 12월, 스팀에서 ‘쥬라기 월드: 에볼루션 2’가 세일 중이었고, 그때부터 한 주 동안은 밤잠을 설쳐도 게임에 쏟아붓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전에도 컨셉은 달라도 ‘풋볼 매니저 시리즈(FM)’나 ‘문명’, ‘삼국지 토탈 워’, ‘워해머 토탈 워’와 같은 게임에 몇 년에 한 번씩 짧게 빠져들기도 했었습니다.
‘풋볼매니저’와 ‘문명’은 서로 다릅니다. ‘삼국지 토탈워’와 ‘워해머 토탈워’도 각각 다른 규칙을 제공합니다. 마찬가지로, ‘플래닛 주’와 ‘쥬라기월드 에볼루션2’도 서로 다른 객체와 규칙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밖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얘기하기는 어렵고,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주로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어느 라인에 가는지 궁금해하며, ‘배틀그라운드’에서 몇 번이나 치킨(1등)을 먹었는지에 대해 물어보곤 합니다. 사실, 게임에 대해 깊은 지식이 있으며 게임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조차도 스팀에 접속해 있는 저에게 크게 말을 걸지 않는데, 아마도 저 혼자서 게임에 조용하게 빠져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게임 업계에서 수치 밸런스 업무를 담당하며 받은 답답한 스트레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상황을 전개하는 대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턴제 전략 게임에서 스트레스가 풀렸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20대 후반이었습니다.
정적인 게임 시스템 속에서 바둑이나 체스를 두는 것과 같이 한 수 한 수를 신중하게 결정하며 수십 번씩 실패하고, 수백 번씩 저장하고 불러오며, 결국 성공할 때, 통쾌한 감정이 듭니다. (세이브&로드가 치트키라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러한 과정을 다른 게이머들에게 크게 이해받고 싶지 않습니다. 제 자신의 만족으로 충분하기 때문이죠.
분명히 나를 위한 게임이 필요합니다. 이는 공적인 이유도 아니며,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서도 아닙니다. 그저 어린 시절 수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내가 될 수 있던, 그 장난감에게 말도 안 되는 영어 이름을 붙였던 내가 될 수 있는 게임을 찾고 장르를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