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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도 넘지 못하는 이들

취업 합격도 이기는 습관이 존재한다.

대다수의 사람은 목표에 거의 다다라서 안타깝게 포기한다. 몇몇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 이전보다 더 노력을 쥐어짜낸다. 이것이 패배하는 사람과 이기는 사람의 차이다.

                                                                                                                               <헤루도투스 Herodotus> 



 2011년 하반기 공채에 실패하고 중소기업에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공채 시즌이 끝나고 난 후에도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간간이 채용 소식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설립된 지 4년 정도 된 한 섬유회사가 꽤 탄탄해 보여 지원서를 넣었는데 며칠 뒤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항상 영업으로만 지원하다가 평소에 해보고 싶은 직무로 넣어보자 하는 마음에 총무직을 지원했다.


 유관순 같은 면접 복장을 하고 N 섬유회사 본사로 향했다. 집에서 면접장까지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처음 가본 지역이라 진땀을 빼고 간신히 빌딩 하나를 찾았다. 벌써부터 땀으로 범벅이 되어 지친 느낌이 들었다. 빽빽이 들어차 있는 직원들 사이를 지나 면접실로 안내를 받았다. 섬유회사라 그런지 온통 옷이며, 안감이 곳곳에 쌓여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기실로 안내받은 곳은 총무실에서 사용하는 공간인지 각종 사무용품과 테이블들이 쌓여 있었다. 의자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원자는 나 말고도 20~30명 정도 되는 듯 보였다. 같은 직군으로 지원한 지원자들은 아닌 것 같았다. 8명씩 번호를 받고 들어갔고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빨리 그 공간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1번의 번호를 받아 제일 먼저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면접관은 5명 정도로 커리어 우먼처럼 보이는 여성 3분과 인상 좋아 보이는 남자 2분이 앉아 있었다. 기본적으로 자기소개를 하라고 했다. 대기업 영업직 면접을 볼 때처럼 준비한 그대로 자기소개를 했다. 내가 하면서도 "너무 영업직에 맞는 자기소개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무직에 대한 준비를 따로 하지 않았던 점이 조금은 후회스러웠다. 그래도 자신 있게 자기소개를 끝마쳤다. (자기소개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기에..)


자기소개가 끝나자 면접관이 질문 하나를 나에게 던졌다.

"영업 쪽에 맞는 사람 같은데 총무직에는 왜 지원했어요?"


예상했던 질문이라 나의 성향이 총무직에 잘 맞을 것 같아 지원했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면접관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말을 하는데 다들 한심하다는 눈빛을 나에게 던지는 것만 같았다.

'너 여기 왜 왔니', '총무직이 뭔지는 알고 지원한 거니'


그 답변 이후로 나는 그냥 투명인간이었다. 공통질문의 경우에도 나를 제외한 2번 지원자부터 대답하라고 지시했다. 난 어떤 대답도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얼굴이 시뻘게졌다. 무시당한다는 느낌에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어떤 한 지원자는 왜 지원했냐는 질문에 취업이 안돼서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울기 시작했다. 면접장 분위기는 그 지원자로 인해 숙연해졌다. 면접장의 모든 이들이 그녀에게 연민의 눈빛을 던지고 있을 때도 나는 여전히 얼굴이 시뻘게진 채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중소기업에서도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그 면접이 나에겐 중소기업 지원의 마지막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던 그 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중소기업이라고 쉽게 보고 아무 준비 없이 갔던 내 자신과 실제로는 그 기준에도 못 미친다는 불편한 진실에 마주했을 때 창피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날 난 그런 취급을 받아 마땅했다. 겨우 학점, 토익, 교환학생, 자격증 같은 스펙을 만들어 놓고 중소기업이라고 쉬울 줄 알았으니..... 오만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나에게 그런 대접은 과분한 처사였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것이고, 합격도 해 본 사람이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벽도 넘지 못하는 이라면 대기업의 벽은 더더군다나 넘기 힘들다. 중소기업이 못하다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그만큼 배가 되니깐 하는 말이다. 중소기업에 합격한 경험이 쌓이면 승리의 기운이 나오기 시작한다. 대기업 면접에 갔을 때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달라지게 된다. 합격할 때의 느낌을 몸이 반응해서 알게 된다.


중소기업 지원이 망설여지는가?

망설여진다면, 연습 삼아서라도 꼭 지원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한 번의 합격 경험은 10배의 자신감으로 되돌아올 것이고,

그 자신감이 결국 원하는 회사로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취업 합격에도 이기는 습관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또한 마지막 결정은 붙고 나서 해도 늦지 않는다.


PS.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취업이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N 섬유회사는 내가 지원했을 때보다 훨씬 성장했고, 연봉도 대기업 못지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당시에는 뭘 잘 몰라서 작은 기업이라고 얕보곤 했는데 사회생활을 하고 보니 대기업이 답은 아니다. 본인에게 맞는 회사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사.세, 여자로 취업하기

by Grace


*자소서 첨삭은 크몽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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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mong.com/gig/307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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