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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머슴

회사는 꽃보다 머슴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

 아직도 나는 착하다는 느낌이 어떤 느낌인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지인들은 항상 나에게 착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또한 눈에 띄게 예쁘진 않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게 생겼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비교적 마른 체형에 선한 인상 덕분에 남자들이 많이 작업을 걸어오기도 한다. (아주 예쁘진 않지만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으리라..)


 살면서 외모와 성격에 불만을 가져본 적은 별로 없었다. 여성스러운 이미지 덕분에 해 보다는 득을 본 일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업 준비를 시작하면서는 달랐다. 여성스럽고 여리여리한 이미지가 독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말했듯이 회사는 착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사기업의 경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매일같이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무슨 일을 시켜도 군말 없이 일할 여자 직원이 필요하다. 관상용으로 보는 꽃보다는 머슴같이 일할 줄 아는 여자 직원 말이다.


 자격증 하나 더 딴다고 내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시간 내에 착한 여자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필요했다. 힘든 회사 생활에도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근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무언가가 말이다.


그렇게 나는 취업을 위해 양성성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 공장에서 일하며 키운 근성

 여성스러운 이미지에 반대되는 경험을 찾다 보니 아버지가 운영하는 기계부품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생각났다. 그랬다. 이미지와 달리 어려서부터 나는 곱게 자라 온 막내딸은 아니었다. 함부로 돈을 주시는 분은 아니었기에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해서 내가 먹고살 수 있는지 겪어봐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한 달간 매일 아버지 공장에서 기계를 돌렸다. 다른 여자애들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었다. 어떤 여자 지원자가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겠는가! 공장에서 일하며 키운 근성이라는 타이틀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한 줄을 첨가했다.

 역시나 내 전략은 성공이었다. 여리여리한 이미지에 기계부품 공장에서 근무한 이야기는 인사담당자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어요?" 면접관이 항상 물어보는 단골 질문이었다.


# 커피숍 운영 경험

 하반기 공채에 실패하고 상반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오빠 여자 친구의 커피숍 창업을 도와주기로 했다. 지금은 가족이 되어 나에게 소중한 새언니지만 당시에는 오빠가 만나는 여자 친구 일을 도와주라고 하니 자존심이 너무도 상했던 기억이 있다. 취업을 못해서 무급으로 일하겠다고 하는 동생처럼 보이는 게 창피했었었던 것 같다. 넌 그런 식으로 하면 절대 취업 못한다는 오빠의 으름장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커피숍을 나갔고, 다른 데서는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당시 운영했던 카페 'Hong'

 1평짜리의 작은 커피숍 운영은 큰 기업의 아주 작은 버전이었다. 메뉴를 개발하고 가격을 책정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재고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했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목공소에서 목재를 가져다가 테라스를 직접 만들었다. SNS, 오프라인 마케팅에 대해 연구하며 커피숍 홍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커피숍 운영 경험이라는 또 한 줄의 이력을 만들어낸 것이다.



 커피숍에서 일하며 새로운 이력 하나를 만들고 있을 때 내 친구들은 어학점수를 따기 위해 공부를 했다. 토익 800점대를 900점대로 올리기 위해, 토익스피킹 레벨을 7에서 6으로 올리기 위해 말이다. 누군가는 공기업 필기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학점수가 남들보다 몇 점 더 높고 자격증 1~2개 더 있다고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이미지가 어떤 이미지인지, 남들에 비해 월등하게 차별화되는 게 무엇인지 찾아내거나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여성스러운 이미지 탈피라는 과제가 있었지만, 개개인에 따라 또 다른 과제가 주어질 것이다. 무엇이든 남들과 똑같이 하려고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본인에게 맞는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양성성을 갖춘 여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사.세, 여자로 취업하기

by Grace

*자소서 첨삭은 크몽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래 url을 확인 해 주세요

https://kmong.com/gig/307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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