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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무취, 취향이 없는 사람들

남들과 계속해서 똑같아지는 이유

얼마 전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이 식사를 하던 중 꺼낸 말이었다.

 

우리 회사만 그런 건지 요즘 사람들은 취향이 없어.

무슨 음악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실시간 차트에 오른 음악들 이야기뿐이고, 영화나 미드 좋아한다고 해서 이야기 좀 해보려고 하면 남들이 재미있다고 한 거 본 게 다이고. 사람들이 참 무미건조 해.


예전에 나도 들어 본 말 중 하나였다. 누구하고 떠올리면 키워드 하나가 생각이 나는데 나는 그런 게 없다는 것이었다. K양은 요리, L군은 주짓수, P양은 여행처럼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 잘하는 분야가 하나씩 있는데 나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냥 남들이 좋다고 하거나 재미있다고 하는 거 찾아보고 시간을 보내곤 했다. 뭐 하나 특출 나게 잘하는 것도 없었다. 평범하게 사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니깐 그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한 회사 면접에서 나는 더더욱 눈에 튀지 않는 지원자 중 하나였다. 다른 여자 지원자들과 똑같이 사는 게 좋은 것이라 여기며 살아왔으니 튈 리가 없었다.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문제를 일으키면 불편해지기 때문에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나만의 색깔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왜 그렇게 재미없이 살아왔을까. 한 번쯤 일탈로 친구들이 담배를 피워 볼 때도 옆에서 지켜만 봤고, 밤을 새우며 술을 마실 때도 아버지가 정해 준 통금 시간에 맞춰 항상 집으로 들어왔다. 반항이란 걸 해 본 기억도 없다. 그냥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남들 하는 대로 살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색깔 없는 내 모습이 제일 참기 힘들었다. 심지어는 스스로 어떤 걸 좋아하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어떤 취향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조차 말이다. 남을 위한 인생은 있었지만 나의 인생은 존재하지 않았다.


본인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말해 보세요.

본인의 가치관에 대해 말해 보세요.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단골로 나오는 면접 예상 질문에 나는 하나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으니깐. 그래서 합격 답변을 찾아 비슷하게 준비 답안을 만들어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지원생들과 똑같아져만 같다. 밤을 새우며 면접 답변을 만들었고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합격과는 점점 멀어져 갔다.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면 본인에 대한 분석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취업 준비뿐만이 아니라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본인만의 잘하는 것. 본인만의 성격. 본인만의 취미를 찾아야 취업도 성공할 수 있고 행복 해 질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아는 이와 모르는 이들은 답변에서 차이가 난다. 어디서 차이가 나는지는 한 문장만 들어봐도 알 수가 있다. 처음에는 답변이 너무 평이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자꾸 평이하다고만 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 몰라서 더 헤맸던 기억이 있다.


그 차이는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부터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찾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사.세, 여자로 취업하기

by Grace

*자소서 첨삭은 크몽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래 url을 확인 해 주세요

https://kmong.com/gig/307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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