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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그리고 취업

취업준비에도 모두 각자에게 맞는 방식이 있다.

2011년 하반기, 남자 친구와 동시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나보다 감성적인 부분이 더 많았던 그는 항상 어려운 존재였다. A라고 말하면 B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었으니깐.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기에 편한 상대는 아니었다. 그래도 힘든 시기에 가끔 그를 만나 밥을 함께 먹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소소한 재미 중 하나였다.


 가끔 우리는 취업 진행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어느 기업에 서류합격을 했고, 면접에 가서 불합격을 했다는 정도? 무언가 조언을 해주거나 이렇게 해 보는 게 어떠냐는 식의 의견은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눈치만 볼 뿐이었다. 그러던 중 그가 외국계 O 소프트회사에 지원 해 보라며 채용 공고 하나를 보내왔다. 아이처럼 신이 나 눈을 반짝이며 채용설명회에 다녀왔는데 좋은 기업이라 꼭 합격하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닥치는 대로 지원하기 전략을 구사 중이었다. 서류 지원 수와 합격률의 차이는 천지차이였다. 최대한 많은 면접 기회를 가지려면 최대한 많이 지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기소개서도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이 넣을 수 있는지 고민할 때였다. 당연히 남자 친구가 소개해 준 기업도 잘 모르는 기업이었지만 좋다는 친구들의 말에 체크리스트 안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얼마 뒤 와 나는 O 소프트회사에 서류 합격 통보를 받았다. 나는 동시에 두 군데 기업에 더 서류 합격을 하였다. 하루 차이로 인적성과 면접을 모두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준비하면 할수록 부담감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기업은 영어면접도 함께 진행되었기에 더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채용설명회에서 O 소프트회사 현직자인 선배를 만나 전화번호를 알아두었고, 서류가 합격하자마자 그녀를 만나러 가는 약속을 잡았다. 나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다. 이미 그때 나는 패닉 상태였다. 어떤 기업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현직자를 만나러 가기로 한 전날 그와 전화로 심하게 다퉜다.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 날 삼성역 부근에서 만나기로 약속만 정하고 시간도 모른 채 그는 연락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역 근처에 먼저 도착해서 배회하며 그를 기다리다가 먼저 연락을 했다. 현직자를 만나고 싶으면 몇 시까지 코엑스 어디로 오라는 답장이 왔다. 그렇게 우리 둘은 여전히 싸운 냉전 상태에서 현직자를 만났고 그는 꼼꼼히 준비해 왔던 모든 질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질문하는 것만으로 그 기업을 위해 준비된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그냥 멍하니 옆에서 쳐다만 볼 뿐이었다. 한참 그의 질문을 받던 그녀는 나에게 질문할 것이 없냐고 물어보았다. 질문도 준비된 사람이나 하는 건데 뭘 물어봐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너무도 창피한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나에게 처음으로 조언이라는 것을 했다. 정말 가고 싶은 기업이 있으면 그 기업에 대해서만 간절히 준비할 때 합격할 수 있는 거라고. 그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서 일부러 창피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가장 나의 편이 되어주어야 할 사람이 일부러 그랬다는 말에 너무도 서러워서 삼성역부터 집에 오는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나도 많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으니깐. 그리고 그는 우는 나를 두고 교수님께 취업 상담을 받으러 간다며 뒷모습을 보인 채 훌쩍 자리를 피해 버렸다.


그렇게 나는 그와 이별을 고했다.


O 소프트회사 면접의 결과결론적으로 둘 모두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세 기업의 인적성 및 면접이 모두 끝나고 나니 거짓말처럼 내 상태도 예전의 평온함으로 돌아왔다. 지금도 나는 그 당시 닥치는 대로 지원해 보는 전략이 옳았다고 확신한다. 수많은 기업에 지원 해 보니 어느 기업에서 나의 스펙을 선호하는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또 인적성이나 면접 경험이 쌓이고 쌓여 합격의 기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번 경험해 본 사람의 능숙함은 무시하지 못하는 것같다.


취업 준비에도 모두 각자에게 맞는 방식이 있다. 남자 친구의 전략도 틀린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맞는 말이다. 정말 본인이 가고 싶은 기업 몇 군데에 올인해야지 합격이라는 것도 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을 취하든 본인의 생각으로 내린 본인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 남들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취업에 답이란 없는 것이니깐.


인생이라는 것도 답은 없다. 본인이 한 선택을 옳은 선택으로 만드는 것만이 정답을 만드는 길이라 생각한다.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옳은 선택이 될 수도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지 불안 해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결국 잘하고 못하고는 본인이 만드는 결과에 달려있지 않을까.


그.사.세, 여자로 취업하기

by Grace

*자소서 첨삭은 크몽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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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mong.com/gig/307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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