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컨설턴트로 전직하며
평일 오후 15시. 한참 졸린 눈을 비비면 사무실에서 잠과 사투를 벌이고 있어야 할 시간.
스타벅스에서 엄청 달달한 고디바 프라푸치노를 주문하고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들에 잠겼다.
곧 직장을 그만두고 전문 취업컨설턴트로 전직하기로 결심했다.
남들과 다르게 살아보겠다며 했던 선택이 잘못된 건 아니었을까 수백 번도 더 고민했다.
취업 준비의 불안함처럼 힘든 것도 없으니깐 말이다.
마음을 굳혔을 때 남편이 대뜸 나에게 물었다.
도대체 네가 무슨 재주로 취업컨설팅을 하겠다는 거야?
나 또한 속마음은 그랬다.
'과연 내가 이런 걸 할 자격이나 될까?
인사팀에 소속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채용팀 일을 전문적으로 했던 것도 아닌데?'
취미로 시작했던 취업컨설팅에 계속 첨삭해달라는 요청도 많았고, 실제로 합격하는 친구들을 보며
2013년부터 꾸준히 이쪽 일에 관심을 가져왔다. 현직자들의 취업컨설팅 모임을 나가면서 서울대 출신 S 대기업 계열 인사팀에 재직 중인 남자분이 함께 코칭을 해보자는 제의를 했다. 집 근처였던지라 매주 토요일 한 카페에서 취업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회사를 다니면서 두 가지 일을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심지어 이직을 준비하게 되면서 가르치던 멘티들에게 점점 소홀 해 지는 내 모습을 보며 하나에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만나던 멘티들에게 이제 더 이상 코칭하는 일은 안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말을 전했을 때 한 여자 취업 준비생이 가장 아쉬워했다. 그녀는 나랑 굉장히 비슷한 스펙을 가지고 있었고, 밝은 성격에 처음부터 정이 갔다. 조금만 옆에서 잘 지원해 주면 금방 합격할 수 있을 듯 보였다. 적극적인 성격인지라 무엇을 하나 알려주면 열을 가져오는 그녀였다. 내가 더 이상 못할 것 같다고 말을 하자 이번 하반기까지만 도와 달라고 집요하게 부탁하기 시작했고, 결국 시간 날 때 따로 만나 개인 코칭을 해주었다.
최종적으로 그녀는 G 유통사에 신입 공채로 합격을 하였고, 제일 먼저 나에게 소식을 알려주었다. 내가 합격했을 때처럼 성취감을 느꼈다. 계속된 서류 불합격으로 풀이 죽어 처음 나에게 찾아왔던 그녀가 행복 해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다시 자신감을 찾게 되었다.
그랬다. 자격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S 대기업 계열 인사팀 현직자 분이나 취업 관련 서적의 저자들을 보면 대부분 학력이 굉장히 좋고 스펙이 좋은 남자 분들이다. 그분들은 해당 기업의 채용 프로세스를 매우 잘 알고 있고 전문가들이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은 그런 방법론적인 이야기도 남자 지원생들도 아니다.
남들과 똑같이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성실한 학생이었는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채 좌절만 하고 있을 여자 취업 준비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싶다. 대기업에 보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개개인에 맞는 회사를 찾아주고 온전한 본인의 자아를 찾도록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몇 년 후에는 변화된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싶다.
그렇게 나는 전직을 결심했다.
그.사.세, 여자로 취업하기
by Grace
*자소서 첨삭은 크몽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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