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여자 취준생
처음으로 가 본 공항은 나를 한 순간에 매료시켰다.
설렘과 익숙함이 교차되는 공간 속 분위기 때문이었다.
공항에서 매일 근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단순하고 충동적이었다. 그렇게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승무원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세계를 내 방처럼 여길 것이란 부푼 꿈을 안고서..
또한 남들과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어학연수 대신 외항사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하며 영어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학생의 신분으로 G 항공사 승무원으로서 1년 반 정도 근무 해 영어 실력이 향상된 친구가 좋아 보여서였다.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 해 1년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승무원 준비를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스터디를 구해 준비를 하다가 130만 원 대의 승무원 학원을 등록했다.
학원에서 3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면접 수업을 들었다. 문을 열고 면접실로 들어올 때의 자세, 대기 상태 중 서 있을 때의 자세, 타 지원자가 답변 시 지속적으로 자연스럽게 웃는 방법, 기내 방송문을 잘 읽는 방법, 승무원 메이크업을 하는 방법 등등..
나는 항상 똑같은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어깨가 솟아 있어 긴장된 상태처럼 보이며, 입이 작아 억지로 웃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또한 비염이 있어 콧소리가 심하고 먹는 소리라 발음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도 몰랐던 내 단점들이었다.
지적받은 부분을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노력 파였으니깐. 솟아 있다는 어깨를 내리기 위해 요가학원을 다녔고, 억지웃음을 없애기 위해 매일같이 거울을 보고 개구리 뒷다리를 연습하였다. 먹는 발성을 고치기 위해 스피치 학원을 새로 등록하였다.
학원을 매일 다니다 보니 승무원 준비라는 공감대를 가진 지원생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휴학 중인지라 거의 학원에서 상주하며 똑같은 수업을 계속 들었다.) 그들은 나와는 다른 단점을 지적받아 고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었다. 전직 또는 현직 승무원들에게 지적받은 그 단점만 고치면 바로 합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서 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1년 동안 지원한 모든 승무원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모든 게 다 그놈의 단점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단점이었던지라 더 고통스러웠다.
어느덧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고, 그즈음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1년 동안 학원에 상주했던 나는 웬만한 수업 내용을 다 알고 있었기에 승무원 준비에 능숙한 수강생 중 하나였다. 새로 등록한 수강생이 있으면 기본적인 준비 사항들을 친절히 알려주곤 했다. 그때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승무원 준비를 해 볼까 하는 마음에 등록한 A양을 만났다. 졸업 후 2~3년 정도 쇼핑몰 운영을 했기 때문에 취업 준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니 많이 알려 달라고 했다.
친절한 마음이 발동하여 아낌없이 A양에게 내가 준비했던 것을 알려주려 노력했다. 사실 그 마음의 저변에는 '내가 더 많이 아니깐 한번 알려주지 뭐' 하는 오만함이 숨겨져 있었다. A양이 생각하는 것처럼 호락호락한 승무원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느껴보란 식의 못된 심리도 작용했다. 아직 준비가 부족한 A양이 나처럼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A양은 알려줄 새도 없이 등록한 지 3일 만에 국내 항공사에 최종 합격하여 더 이상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랬다. 그때 드디어 깨달았다.
면접실에 팔 각도를 잘 맞춰 들어간다고, 대기 상태에 자연스럽게 미소 짓는다고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솟은 어깨와 먹는 발성과 부자연스러운 웃는 모습 때문에 불합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단점 아닌 단점 때문에 1년 여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였다.
그 길로 조용히 승무원 준비를 접고 일반기업으로 취업 준비를 돌렸다. 물론 승무원 준비를 통해 단련된 면접 스킬 덕분에 많은 도움을 얻었지만, 그 당시 지적받았던 단점은 더 이상 단점이 아니었다.
솟은 어깨로 인해 긴장돼 보인다는 지적도, 대기상태에 웃는 모습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목소리의 경우 저음이라 타 경쟁자에 비해 신뢰감을 준다는 평을 들었다.
단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이 장점으로 승화되는 순간이었다.
PS. 실제 모 항공사에서 승무원 면접을 담당하고 있는 P양에 따르면, 승무원 1차 면접은 키와 외모에서 판가름이 난다고 한다. 외모란 면접관 마음에 드는 외모이다. (키가 크고 목이 길고.. 등등)
혹시 지금 이 순간 본인의 단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는 않은가?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단점을 고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단점도 비행이 필요하다.
그.사.세, 여자로 취업하기
by Grace
*자소서 첨삭은 크몽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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