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선물엔 감사도 중요하지만 감상도 중요하다.
추석에 친정에 다녀온 이후로 마트에 안가도 될만큼 식재료가 냉장고에 꽉꽉 들어차있다. 집에 온 이후부터 엄마가 챙겨준 반찬,식재료로 오늘 아침까지 거뜬히 해냈으니 말 다했다.
미역국,볶음밥,떡국, 소고기 구이, 콩자반, 떡볶이,파전 이 모든 건 엄마에게서 나온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엄마가 준 식재료를 쓸 때마다 멀리 있는 엄마를 다시금 불러낸다. 그리고 엄마가 준 건 어쩐지 청양고추 꼬다리 조차도 버리기가 아까워 톨톨 털어 넣는다. 그리고선 가족 톡방에 실시간으로 저녁사진을 올린다. 꼭 이말은 꼬리표 처럼 덧붙이고.
“엄마가 준 파로 파전 구웠어. 싱싱하니 맛나네 고마워”
엄마는 함박웃음을 짓는 이모티콘으로 내 카톡에 응답한다.
그 덕분인지 가족 톡방은 이번주 거의 매일같이 우리 저녁이나 아침 사진으로 가득하다. 엄마는 카톡 이모티콘 처럼 그런 사소한 내 연락과 감상이 날아들때마다, 얼굴에 미소가 만개해있지 않을까. 그 모습을 그리면 괜스레 내 마음이 풍요로워 진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받으면, 그 순간 전하는 감사는 쉽다. 당장 말로 표현가능하니까. 하지만 그 무언가를 먹거나 사용하고 나서 사진을 보내거나 그 후의 감상을 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마치 네이버 리뷰를 당장 쓰기는 쉽지만, 한달 사용 후기는 잘 안쓰게 되는 것 처럼.
하지만 누군가의 호의에 이 감상을 잘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 작고 사소한 감상덕분에 상대방은 그 하루가 좀 더 힘이 날 수도 있기에.
또 하나, 그런 감상을 잘하면 계속 뭔가가 들어온다. 그러자고 하는 행위는 아니지만.
아침에 출근하는 데 기분좋은 카톡이 날아든다.
아빠의 문자다. 커피쿠폰을 보내며 좋은 하루 보내라는 아빠의 따스한 메세지. 갑자기 힘이 불끈 솟아오른다. 퇴근 후 책과 함께 한잔하며 바지런히 감상평을 남겨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