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원플원 상품에서 느낀 소소한 교훈
얼마 전 첫째아이가 하는 구몬학습지에서 행사를 한다고 해서 근처 대형마트에 갔다. 보통 아파트 안에서 하는 행사인데 마트에서 무려 저녁 9시까지 진행한단다. 토요일, 갈곳도 마땅치않아 잘됐다 생각하며 두 아이를 데리고 마트로 향한다.
뒷좌석에 앉은 두 남매는 체험보다 마트에서 뭐 살생각에 기분이 붕 떠있다. 둘이 조잘대며 뭐 살거야? 난 과자 난 장난감 라며 귀여운 대화소리를 들으며 마트에 도착
이미 많은 아이들이 체험 중. 이름표 만들기 다육꾸미기 캘리그라피 등 첫째아이는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도 마음은 뒤쪽 마트 입구를 향해있다. 마지막 캘리그라피 체험이 끝나자 마자 마트 문으로 잽싸게 뛰어들어간다.
마트는 그야말로 아이들에겐 환상의 장소다. 동네 편의점에 비할바 못되는 어마한 규모와 눈돌아가게 만드는 과자종류. 둘는 종횡무진 활약하며 신나게 과자를 양손에 집는다. 눈을 반짝이며 내게 와서는 검열당하는 아이들. 과자 하나 젤리 하나로 조율을 하고 나가는 길, 둘째가 아이과자 코너에서 갑자기 떡뻥하나를 집어들었다. 마침 원플원이라고 적혔길래 아들한테도 하나 고르라고 하며 계산대로 갔다.
계산을 마치고 나온 금액이 예상밖이라 계산 화면을 보는 순간!
떡뻥 두개가 9000원에 찍혀있다. 잘못된 것 같아 아들의 손에 들린 떡뻥봉지를 바라봤는데 아뿔싸 이미 뜯어 버린 것. 딸도 마찬가지. 나는 그 장면을 절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뜯겨진 보라색 떡뻥봉지를 아들에게서 빼앗아 점원에게 건넨다. 다시 포스기에 찍어본 점원은 “이거 정상가예요 원플원 아닙니다” 그말이 어찌나 애석하게 들리는지. 괜히 죄없는 아이들을 향해 가재미눈을 떴고, 9천원이 9만원이라도 되는 양 울상을 지었다.
궁금한 마음에 다시 가서 보니 아들이 산 상품 바로 밑에 있는 떡뻥이 3900원에 원플원이었던 것. 내가 제대로 확인 못한 탓이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두 아이의 정신없는 향연에 대충 보고야 만 것이 이 사태를 초래한 것.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편에게 전화해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하소연하니 주변에 있는 한 아주머니가 내내 나를 응시하신다.
떡뻥을 맛있게 노나먹는 아이들을 초연한 자세로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그래 9천원치 맛나게 먹음 된거지 뭐. 탓해봤자 내 속만 상할 뿐.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아이들 데리고 장볼땐 눈 크게 뜨고 다니자! 라며 반아이들 마냥 이번의 실수를 하나의 배울 점으로 승화한다.
어제 저녁, 편의점에 갔다가 원플원 하는 식품을 자세히 쳐다본다. 이번엔 실수하지 말자.정확한 명칭을 확인하고 맞게 계산하고 나오는데 낮의 일이 떠올라 괜스레 뿌듯하다.
오늘의 반성: 무엇이든 꼼꼼하게 자세히 관찰하자. 이번 일을 더 큰 손해를 막기 위한 초석이라 생각하자
마치 초등학생 반성일기같은 오늘의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