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젤리가 내게 준 교훈
삶이란 어쩌면 감정을 잘 다스리는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어제 태권도 학원이 휴관이라는 소식에 아들과 간만에 3시부터 자유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들은 그 사실만으로도 행복한지 아침 등굣길부터 연신 웃음을 띠며 들떠있었다.
3시쯤 영어학원으로 아이를 직접 데리러갔는데 아들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배는 높아져있었다. 뭐가 제일 하고 싶냐고 물으니 베스킨 아이스크림 먹으며 엄마랑 집에서 보드게임을 하고 싶댄다. 나는 흔쾌히 대답하며 그전에 해야할 일들을 읊어주며 잘 기다리라고 한다.
둘째 아이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러 문구점에 일차로 들른다. 거기서 아들은 꿀젤리라는 것을 발견하고 먹고 싶다며 사달랜다. 그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나는 흔쾌히 사주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간다. 책을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주차장. 아이스크림을 사러가자고 말하려는 찰나 아이는 얼굴이 흑빛으로 변한 채 내게 말한다.
“엄마 내가 큰 실수를 했어”
뒷좌석을 보는 순간 나는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꿀젤 리가 뒷좌석 시트로 다 쏟아진 것. 나는 아연실색하며 경악했다. 이게 다 뭐야 어떻게! 좁은 차안이 내 큰 목소리로 가득찼다. 설상가상 물티슈도 없는 상황. 나는 아들에게 소리 치며 조심했어야지 라며 2차 화살을 날린다.
더 했다간 날카로운 말들이 아이 마음에 메다꽃힐 것 같아 깊은 호흡을 한 번 후우 내쉰다. 아이 손를 집고 집으로 돌아가 집에 잘 있으라고 한 뒤 물티슈와 봉지를 가지고 내려간다. 나는 이어폰도 함께 들고 내려가 최대한 평온한 음악을 들으며 잔해를 조용히 치운다. 노래를 들으며 치우니 마음도 한결 진정되었고 집으로 돌아가 젠가를 하고, 아이스크림은 못샀지만 우유에 달달한 초코가루를 타서 나눠마시며 아까 있었던 일을 나누었다.
“아까 엄마가 너무 화가 났었어, 00이도 조심해야 해 앞으로. 엄마가 치우는 게 너무 막막했거든. 소리 지른 건 미안해 엄마도 사람인지라 화를 좀 주체하기가 어려웠단다”
아들은 조용히 끄덕이며 젠가를 빼서 위에 놓고 초코우유를 마신다.
내 마음을 안정시킨 노래가 그나마 아들의 소박한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도왔다.
앞으로 감정이 격해지면, 음악을 들으며 가라앉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좋은 삶이란 감정을 다스리는 영역 문제에 대한 알맞은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