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아닌 학생들의 입장에서 서 보면 할 수 있는 일
가끔은 아이들을 대할 때 내가 교장 교감선생님같은 관리자고 아이들이 선생님이라는 관점에서 본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오늘, 두명이 지각을 했다. 평소에도 가끔 늦긴 하는 아이들이지만 오늘은 집에서 몇시쯤 나왔냐고 믈어보았다.
평소라면 지각하지 않았을 시간이긴 했다. 우리반에서는 지각하면 지각한 시간만큼 뒤에 서서 책임지고 들어오는 규칙이 있다. 첫 날 아이들과 합의한 규칙. 오늘은 비라는 변수가 생겼으므로 특별히 양해하고 넘어간다며 조용히 선언한다. 아이들의 굳은 표정이 미묘하게 풀어진다.
24살 신규교사시절, 아직도 생생한 영상으로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그 날의 기억. 30분 넘게 지각을 한 적이 있다. 전날 업무를 하느라 밤을 샜고, 알람을 못들어 9시에 교문에 당도했다.때마침 학교를 순시하시던 교장선생님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어떤 훈계를 듣게 될까 심장이 잔뜩 쫄아든 내게 뜻밖에 날아온 저음의 따뜻한 한마디.
"이선생, 얼른 들어가서 아이들 보시게. 아침 잘 챙겨먹고 다니고"
아직도 그 말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관리자의 추궁하는 말보다, 따뜻한 한마디가 내겐 그 이후 지각을 하지 않게 만드는 큰 힘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핀잔이나 꾸중을 듣고 시작하는 하루는 절대 유쾌할리 없다는 걸 아는 마음 깊은 분이셨을거다.
그래서 나도 가끔 지각하는 아이들에겐 한 번씩 이유를 묻고 조용히 넘어간다.
물론 상습적 지각은 훈계가 필요하지만 말이다.
교실에서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지도하지만 가끔 내가 학생이라면 어땠을까 라는 입장에서 그들을 대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사람은 늘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동물이라는 걸 잊지않으려는 나만의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