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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Oct 08. 2024

문콕 사고의 가해자로 몰리고 나서 느낀 것.

내 잘못이 아닐 땐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한 일이 아닐 땐 당당하게 표현하는 것 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진다.


 오늘 아침엔 전에없이 일찍 눈이 떠져서 산책을 했다. 어제 있었던 복잡한 일을 식히기도 할 겸. 마음이 정리되지 않을 땐 산책이 특효약이다. 안개가 자욱한 바깥을 헤치며 신선한 공기를 맡는 이 기분이란. 선선한 공기가 코끝을 통과해 몸과 마음으로 퍼져나가니 얽히고 섥혀 복잡한 마음 속 실타래가 느슨해진 느낌.

 그보다 어제 사건이 내 잘못이 아님을 확신했기 때문일까? 예전 같았으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회피하기만 하려했을 텐데 삶의 내공이 쌓인 탓인지 이젠 정면으로 맞서보기로 했다. 그 사건이란 내가 문콕 가해자로 몰린 것. 그 탓에 폭풍같은 어제 하루를 보냈다.

 살아가다보면 참 당당하고 뻔뻔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그에 반해 교사인 집단에서 오래 지내온 나. 잘못이 없음에도 티끌만한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 누구보다 쪼그라들고 반성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면서 나의 존재는 점점 납작해져갔고.

 어제 나는 상대차주가 보내온 블박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어제는 영상 속 내 자신이 그렇게도 초라해보였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정면으로 문제를 직시하니 오히려 당당해보였다. 옆의 차에 닿지 않게 조심스레 문을 열고 심지어 내 차문을 잡고 있는 것도 오늘의 내 시야엔 또렷이 들어왔다. 난 이제부터 당당해지기로 한다. 잘못이 없으니 나도 상대방 처럼 당당하게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피력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꽉 막혔던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느낌이든다.

 몇 해 전,한 학부모의 억지스러운 주장에 잘못이 없는 내가 잘못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때도 나는 당당하게 맞서는 상대방의 위력에 힘없이 쪼그라들었고 납작해지고 말았다. 내 잘못이 아님을 입밖에도 내보지 못하고 속안으로 꿀꺽 삼키며 늘 괴로워하고 아팠다. 물론 잘 해결되어 지금의 내가 있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내 잘못이 없다는 것을가슴을 열고 당당하게 외쳤을 것이다. 과거는 돌릴 수 없지만 현재의 나는 노력으로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 사건의 교훈으로 이제부터 나는 잘못이 없으면 잘못이 없다고 당당하게 내 의견을 피력하고, 소중한 나 자신을 더 이상 납작하게 만들지 않기로 한다.

  아침에 말하는 대로 라는 노래를 들으며 산책을 하는 데 마음이 말끔하게 청소되는 느낌이었다. 그전에는 심드렁하게 들은 그 노래. 오늘은 어쩐지 마음 깊이 울림으로 다가왔다.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나는 앞으로 당당해질 것이며 입체적인 존재로 살 것이다. 갑작스런 문콕 사고로 비장해졌다.

  문득 럭키비키적 사고를 해보게 된다.어쩌면 문콕사고는, 나른한 내 삶에 하나의 활력?을 주고, 과거의 나 자신에서 깨어나 새로운 나로 태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유용한 시련일지도 모른다.

물론 잘 해결되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보험처리를 하든 돈을 주게 되든 중요한 건 나는 잘못이 없소 라고 당당히 표현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말해야 겠다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어쩐지 속이 후련해진다.


 토요일까지 선선한 가을 바람을 즐기며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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