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미 Oct 07. 2024

성심당은 내 지갑을 지켜주는 브레이크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든든한 내 빵집, 든든한 가족이 있다는 것

대전인에게 성심당이란?


 수요일엔 수원 스타필드. 목금엔 서울을 다녀와 내 몸과 마음엔 도시의 여운이 한가득 쌓여 좀체 떨어질 생각을 아니한다.이제 현실로 복귀하기 위한 워밍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문난 빵순이인 나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가면 꼭 들르는 곳들이 바로 그 곳의 유명한 빵집이다. 특히 대전엔 없는 핫플 빵집들.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데코의 빵들은 내 시선을 한동안 붙잡아 둔다. 스타필드에 가서도 대전에선 좀체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장식을 한 빵들이 내 시선을 자주 멈추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그들을 볼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불쑥 떠오르며 빵을 사려는 내 손에 급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성심당의 존재. 그리고 집 근처 하레하레 빵집의

존재다. 고운 자태의 빵을 보면서도 동네에 빵맛집이 많은데 굳이 여기서 비싼돈 주고 살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불쑥 떠오른다. 그래서 수원에서 1차로 빵지출을 막을 수 있었다.


 어제 동생과 함께 간 여의도 더 현대에서도 마찬가지. 지하 1층에 즐비한 형형색색의 빵맛집들. 마치 빵패션쇼를 하듯 진열대에 곱디 고운 우아한 자태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도시의 빵들. 나는 자주 그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고 반짝이는 눈으로 응시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지고 마음도 산뜻해진다. 예전같았음 눈이 돌아가 비싼 값을 감수하고서라도 하나쯤 손에 쥐고 나올텐데 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성심당이라는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이거 하나 살돈이면 성심당 빵 세개는 살텐데 라는 생각을 하며. 성심당에 장악당한 어쩔 수 없는 촌스러운 대전인인가보다. 물론 서울의 빵집들도 매우 훌륭하다. 내겐 그사세일뿐이라 그렇지.


 성심당 브레이크로 인해 사흘간의 서울 빵집 투어에도 불구 나는 수많은 빵지출을 막을 수 있었다. 불쑥 솟아나는 빵소비 욕구를 성심당에서 해소할 요량으로 꾹꾹 눌러참고 대전역 도착. 초록색 신용카드를 손에 쥐고 비장하게 대전역 성심당을 가려고 발길을 재촉하는데 멀리서도 보이는 긴 줄. 나는 슬그머니 신용카드를 지갑 속으로 밀어넣는다. 지나가는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께서 “빵집만 불났네”라고 중얼거리시며 지나간다. 정말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만 바글거린다.


 하지만 나는 크게 상심하지 않았다. 성심당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꼭 먹고 싶었던 에스브레드를 다음번 연수 출장때 사야지(곧 출장 가게 될 교육원이 성심당 근처)라고 마음에 되뇌이며 가뿐히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쩌다보니 성심당 찬양글이 되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화려한 빵들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게 만드는 든든한 빵집이 있다는 건 , 늘 한집에 살며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가족들과 같다는 것. 어떤 시련과 유혹이 날 흔들어대도 언제든 안정적으로 날 붙들어두는 가족들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성심당얘기하다 이쪽으로 빠지는 건 뭔가 우습지만.


 1박2일 서울 핫플만 다니며 눈뒤집어지고 서울여운에 심취해 성수동 카페에서 들었던 카페음악을 켜놓고 커피마시는 나. 그 모습을 다소 한심하다는 눈길로 힐끗 쳐다보며 설거지를 하는 남편을 보며 다시금 성심당 빵을 떠올려본다.


“당신은 나를 늘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브레이크”


이전 11화 4천원짜리 피규어와 아빠를 맞바꿀뻔 한 사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