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몰입할게 있다면 없는 시간도 만들어낼 수 있다
화요일마다 돌아오는 6교시 수업. 게다가 전담시간 1도 없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우리반 시계로 인해 나는 화요일 3교시를 도서관 가는 시간으로 못을 박아두었다. 학교 창체시간마다 저녁 메뉴 고르듯 뭐먹지?뭐하지?라는 고민을 하는 데 에너지를 쏟는 것 보다 한가지 정해진 수업으로 못박아두는 게 가뜩이나 힘든 6교시에 에너지를 비축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겐 교실에서만 머무르는 것 보다 도서관이라는 이동감각을 느끼게 하는 것은 기분 전환의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 시간만은 오롯이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의 차분한 공기와 책냄새를 맡으면서 독서에 집중한다. 예전엔 밀린 일기나 업무를 들고와서 시간을 보냈지만 아이들에게 내가 책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들의 집중력을 끌어내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선 아이들처럼 도서관갈땐 필사노트 하나만 가지고 가볍게 간다. 머릿속만 채우자는 결연한 의지로 말이다.
어젠 아이들이 책 읽는 동안 나는 파서블이라는 책을 읽었다. 일전에 윌라에서 오디오북으로 들었지만 내용이 금새 휘발되어버린터라 다시 종이책으로 복습하기로 한다. 이 책은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낱낱이 해부하듯 자세히 풀어놓은 책이다. 내 기록인생은 이 책을 만나고부터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분의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바로 “벌떡 습관”
저자는 아이 육아로 시간이 나지 않았는데 아이가 자거나 잘 놀때 틈틈이 벌떡 일어나 책을 손에 잡고 읽고 기록도 하며 논문 한편을 완성했단다. 이걸보며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 있으면 자투리 시간도 짜내어 하게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나도 가장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컸을 때가 둘째아이 육아휴직때였다. 아기띠를 하고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휴대폰 화면을 켜 두 엄지로 글을 쓰고, 자는 동안 옆에 누워 책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그때만큼 열정가득했던 때가 없었다. 그 당시 식당 대기줄이나 병원진료를 기다려야 하는 순간마저도 글쓰고 읽는 기회로 생각하며 시간을 알차게 썼던 기억이 선연하다.
한 시간의 독서에서 하나 남긴 “벌떡 습관”. 살면서 시간이 없다는 건 모두 핑계고, 진짜 좋아하는 게 생기면 어떻게든 시간을 조각조각 내어 쓰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진짜 시간이 안 날때도 종종 있지만, 시간이 없다는 말을 쓰는 건 정말 내가 시간을 조각내어서라도 쓰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걸 못찾았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어제 반아이들을 봐도 그렇더라.좋아하는 미술 시간엔 쉬는 시간도 반납한채 열심히 작품에 집중하고, 6교시에 눈치게임을 하다 하교시간 5분이 지나도 불평이 없더라.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5분의 시간도 50분 처럼 쓰게 되는 마법. 없는 시간도 필사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일이 가진 힘이 아닌가싶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눈앞에 있는 그 좋아하는 스벅 녹차라떼를 한 입도 먹지 않고 집중을 하고 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찾으며 벌떡 습관을 실천해봐야겠다.
오늘 휴일도 당분간 주어지지 않을 소중한 시간. 벌떡습관으로 1분1분을 소중한 일들에 할애해야지. 그 1분들이 모여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