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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Oct 10. 2024

화가 날땐 깨물지 말고 화가 난 이유를 설명하기

아이의 행동에서 깨닫게 된 교훈

바로 어제, 아이들과 가을바람을 느끼러 논산 출렁다리에 가는 길이었다. 여느때처럼 뒷좌석에서 투닥대는 두 아이들. 급기야 애앵 하고 우는 둘째의 울음소리가 귀에 날카롭게 날아든다. 이유인 즉슨 첫째가 다리를 깨물어버린 것. 다리에 선명한 이빨자국이 내 시야에 들어온다. 나는 첫째를 다그치며 묻는다.

 “왜 깨물었어?“

“00이가 내 장난감 뺏어갔어 아무리 달라해도 안줘서 그랬어“

평소라면 깨문행위에 대해서만 따끔하게 짚고 넘어갔을테지만 간만의 가을나들이를 상한 기분으로 맞이하고 싶지 않아 한호흡 고르고 말한다.

 네가 화가 나는 감정은 이해해. 그 상황에서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하지만 화 라는 감정에 대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건 옳지 않아. 두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어. 하나는 바로 때리거나 무는 것. 다른 하나는 화가 난 감정의 이유에 대해 동생에게 설명하고 하지말라고 하는 것. 순간적으로 화나서 첫번째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에 혼이 나는 거야. 깨문 행동은 사과해야 해.

 차분히 설명하듯 말을 이어나가니 아이는 동생에게 군말없이 사과를 했고 둘째에게도 오빠 장난감 뺏어간 일에 대해 사과를 하라고 일렀다. 차안은 잠시의 소동 끝한결 온화해진 분위기로 바뀌었다. 출렁다리에 도착해서는 둘이 언제그랬냐는 듯 손을 붙잡고 뛰어나간다.

 생각해보면 감정조절은 어른인 나에게도 평생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아이들로 인해, 육아를 하며 두 아이들로 인해, 가끔은 내 속을 몰라주는 남편으로 인해 하루에도 몇번씩 화라는 큰 뾰루지가 불쑥 돋아났다 수그러들었다 반복한다.

  그럴때마다 그 뾰루지를 잠재우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심호흡을 하고 화가 난 내자신에 대해 인지하는 것. 내 속의 다른 나를 밖으로 빼내어 전지적작가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지금 화가 많이 났구나. 자 진정하고 뭐때문이지? 라고 내게 질문을 던지는 것. 질문이라는 필터를 거치면 화는 조금 더 온화하게 걸러진다. 그래서 큰 소리를 내거나 나쁜 말을 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 상대와 내가 함께 화마에 사로잡히지 않게 된다.

 한달 전에도 아들이 차에 꿀젤리를 쏟아 큰 화를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 그때도 화가 난 내 자신을 인식하고 어떻게 화를 잠재울 지 곰곰 생각하다보니 더 큰 화염에 휩싸이는 것으로부터 나와 아들을 지킬 수 있었다. 내 화를 인식하는 것 만으로도 그 화가 불러일으킬 다음 행동을 조금 순화할 수 있다.

  매일 빼놓지 않고 영어숙제를 하듯 아들도 집에서 동생과 부딪혀가며, 학교에서 반 친구들과 사소한 갈등을 마주하며 화라는 감정에 대응하는 좋은 방법을 점차 몸에 익혀나갈 것이다. 내가 집에서 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딪혀가며 화에 대처하는 방식을 골몰해가듯 말이다.

  화라는 감정은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화에 대처하는 방식은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역. 화 대처방법 영역의 만점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아들과 숙제를 완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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