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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Oct 14. 2024

날 지키는 단단한 말, 폭풍우로부터 나를 지키는 난간

어떤 폭풍우가  와도 나를 지키는 단단한 말이 나의 난간이 되어 줄 수

 지난 월요일, 문콕사고의 가해자로 몰린 한통의 전화를 받고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을 얻은 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 돌아왔다.  토요일 연락을 준다던 문콕 사고 피해자(?)분은 주말 내내 연락이 없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내 잘못은 털끝만치도 없었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던 오늘 다시 그 시간. 지난 주에도 딱 이 시간이었다. 4교시 전담시간. 익숙한 번호로 전화가 온다. 그 사람이다. 사실 회피하고 싶었다. 당장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말해달라고 할까?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하지만 남편은 수업 중 일테고, 지난 번 글에서도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은 내가 당당히 표현하자 라는 다짐을 했기에 떨리는 손으로 통화를 누른다.


나는 심호흡을 한 차례 한 뒤 전화를 받는다. 거두절미하고 그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거였다. 이래저래 복잡하게 왔다갔다 하지 말고 좋게 해결하자는 것.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고 넘어가고 싶다는 말이었다. 나는 지난주 월요일과는 달랐다. 내 잘못이 아님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분께 "저는 잘못이 없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전혀 위치도 맞지 않고 영상 속에도 보이겠지만 확실히 문을 쾅 열어 찍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지난 주 지레짐작해서 저를 의심해서 많이 힘들었다. 사과를 받고 싶다"라며 떨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고 입술울 비집고 나오는 문장 하나하나를 차분히 연결해 전달했다.


  그랬더니 상대방 왈,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우리끼리 왈가왈부해서 될일은 아닌 것 같고 그럼 경찰에 연락해서 확인하고 처리하자고. 나는 경찰 운운하는 그  사람의 말.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나는 잘못이 없다는 확고한 생각 덕분이었다. 경찰을 들이밀며 거센 바람을 내게 보내 내 마음을 흔들어놓으려 했겠지만 잘못이 없다는 확고함이 나를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든든한 난간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경찰도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지 위협이 되는 존재는 아니라는 생각도 한몫했다.


나는 끝까지 잘못이 없음을 당당히 피력했고, 정확한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는 건 좋지 않다고, 그로 인해 정신적 피해도 입었다는 말도 토씨하나 빼놓지 않고 전달했다. 하지만 계속 영상 속 내 모습을 들먹이며 맞다고 확신하는 상대방에게, 그 상황에서 내가 찍혔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며 이해하는 말도 내비쳤다. 피해자라고 계속해서 주장하는 상대방은 결국 경찰을 불러 해결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떨렸다. 하지만 뭔가 속이 시원했다.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끝끝내 내 의사를 전달할 수 없었을테다. 오히려 전화가 왔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남편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그 문제에 오롯이 부딪혀 대응했다는 용기가 나를 다시금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다. 지난 주 이 시간엔 전화 통화 후 사색이 된 얼굴로 불안에 떨며 교실로 왔다면 오늘은 아니었다. 오히려 결연한 표정을 짓고 주먹을 불끈 쥐고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내 잘못이 아닐 땐 분명하고 당당하게 말해. 마음은 떨고 있더라도 겉으론 당당하게. 그리고 어떤 위협적인 말에도 굴복하지 말고 잘못이 없다는 사실을 또박하게 말해주어야 해. 그래야만 어떤 예기치 못한 폭풍우가 다가와도 결백을 주장하는 그 단단한  말이 난간이 되어줄 수 있단다."


그 말에 몇몇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며 나는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수업을 이어나갔다.



 인생은 참 어렵고 어렵다.하지만 글쓰기가 그 인생보다는 더 쉽다. 힘든 인생 그래도 글로 풀어내며 글에서만큼은 좀 더 쉽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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