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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Oct 15. 2024

팥빙수 먹으러 가는 길에 들른 그곳이 한강책방이었다니

목적지만 보고 가지말고 주변도 살펴봐야 할 이유


여행에서 목적지만 보고 앞으로 내달리지 말고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관찰하고 경험해보라, 그곳이 성지가 될 수 있으니


어젯밤 씻고 나오는 데 남편이 호들갑을 떨며 말한다.

“우리 작년에 책방 오늘이라는데 가본적 있지 않아? 내가 그 책방 앞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했잖아”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하니 한강책방이 유명세를 타 발길이 끊이질 않아 잠시 문을 닫는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는 것이다. 그 한강책방이 익숙해서 보니 우리가 작년에 간곳과 비슷하다는 것. 나는 그 말에 휴대폰을 잽싸게 들고 엄지 두개를 이용해 화면을 재빨리 아래로 아래로 넘기며 작년에 들른 서촌책방 사진을 매의 눈으로 찾아냈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고 단풍이 빨갛게 익어가던 그날. 경복궁엘 갔다가 팥빙수가 너무 먹고 싶어 서촌 골목을 이리저리 배횟하다 우연히 맞닥뜨린 빨간 외벽의 감성적 건물 “책방,오늘”

어딜가나 책방은 못참는 나는 그곳에 잠시 멈춰섰다.징징거리는 둘째를 유모차에 태운 남편. 내가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을 담은 눈빛을  내비치자 살짝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첫째의 손을 잡고 홀린 듯 그곳으로 들어갔다. 4평 남짓의 작은 책방이지만 책 코너마다 손글씨로 쓰인 포스트잇이 붙어있고 나름 정갈하게 정리된 서가가 내 마음을 안온하게 해주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남편을 등뒤로 한터라 재빠르게 책을 넘겨보고 아들에겐 눈에 보이는 그림책 한권을 빼들어 서너페이지만 읽고 급히 나왔다.

 책방의 안온함을 가슴 가득 품은 채 뭔가 모를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팥빙수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선연하다.

 그러던 어제 우리가 작년에 우연히 들어간 그곳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작가의 책방이라는 것을 알고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그러면서 첫째에게도 호들갑을 떨며 말한다.작년에 네가 가서 해파리그림이 그려진 그림책읽은 그곳이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유명한 한강작가의 책방이라고. 아들는 바닥에 앉아 책에 집중한 자신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나는 너도 좋은 기운을 받을거라며, 이때처럼 책 열심히 읽어서 한강작가 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자고 동기부여도 해준다. 왠지모르게 내 손에도 힘이 불끈 들어간다. 잠시였지만 그곳에 들렀다는 사실만으로도 머나먼 한강 작가와 보이지 않는 미세한 실 정도로 이어져있다는 특별한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여행을 갈때 가고자하는 목적지만 염두에 두고 앞만 보고 가는 경우가 참 많은데,가는 길에 보이는 작은 가게, 책방,풍경도 놓치지 말고 멈춰서서 눈에 자세히 담아보고여유가 된다면 들어가보는 것이 어쩌면 여행의 참의미가 아닐가 하고. 팥빙수 가게를 찾으려 서촌을 둘러보다 우연히 한강 책방에 들어가게 된 우리처럼 말이다.

 잠시 사진으로 추억여행을 하고 돌아와선 남편에게 “우린 돈으로도 셀 수 없는 팥빙수를 먹은 거나 다름없네”라고 웃으며 말한다. 뒤이어 돌아온 대답 “ 그때 둘째가 우는 거 유모차 끌고 언덕길 오르락 내니락 하며 달래느라 식겁했던 나의 노고도 알아줘”


 여행지에 가면 목적지로 향하는 길 이곳저곳 둘러보고 들어가보기. 그곳이 어쩌면 성지순례길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강작가가 훌륭한 작가인 줄은 알았지만 노벨문학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 처럼.

이럴 줄 알았음 도한강작가 책 좀 미리 읽어볼 걸 그랬네. 채식주의자 이후로 도서관 가서도 한강 작가 책 눈으로 훑기만 하고 안빌렸는데. 세곳 도서관 모두 예약한도 초과! 차분히 사서 봐야겠다. 이번 기회로 도서관에 가도 찾는 책만 빌려오지 말고 서가를 찬찬히 둘러보며 다른 작가의 책들도 두루두루 빌려읽어봐야겠다.


#한강책방#책방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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