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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미 Oct 16. 2024

새벽에 눈이 부릅떠지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

가을 아침 산책이 좋은 이유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생기는 일


 요즘  내가 좋아해 마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아침 산책. 그 이유는 선선한 가을 아침공기를 쐬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때문이다. 이른 바 가을한정 산책이라고 할까. 왠지 한정판이라고 하면 더 조급증을 내어 그 물건을 사는 것 처럼 산책도 마찬가지다. 가을한정 산책이라고 생각하니 아침에 더 눈이 부릅떠진다.


 어제는 비가 왔지만 우산을 쓰고 아파트 천변을 걸었다. 빗소리가 우산을 타닥타닥 치는 브금이 참 듣기 좋았고, 습기에 찬 공기 내음을 맡는 것도 매력이 있었다. 산책을 하며 좋은 점  한가지는 예전 음악을 찾아 듣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상하게 새벽엔 감수성이 짙어져서 예전 음악을 들으며 그 음악이 나왔을 때 내가 살던 그 시절을 그려본다. 마침 소녀시대의 지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한창 임고공부를 하던 치열한 겨울방학이 떠오르며 발걸음이 더 빨라졌다.


 음악 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참 흥미롭다. 어제는 샤스커트를 입고 새벽같이 출근하는 한 여성을 보며 새벽에도 저렇게 샤방하게 나가는 구나 싶어 감탄을 해보기도 하고, 오늘은 새벽버스에서 지친 몸으로 내리는 한 여성을 보며 밤새 야근을 했구나. 온 몸이 천근만근이겠다 싶어 괜히 짠한 마음을 주어보기도 한다.

  열심히 걷던 중 마주한 어느 술집 길바닥에 떨어진 무수한 담배흔적들. 그다지 좋은 풍경은 아니지만 그걸 보며 누구의 근심이 이렇게나 많이 묻어났나.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 많은 밤의 잔해들을 조용히 쓸고 있는 가게 종업원을 보며 내가 모르는 사이 참 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이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구나라며  마음에 잔잔한 감사가 일기도 한다.


 산책을 하는 순간이 좋은 건 이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 온몸의 감각이 예리하게 살아 내가 보는 모든 것들이 다 의미있게 다가온다. 평소라면 그냥 무심히 보아 넘기는 것들도 새벽이 주는 고요함과 차분함덕분에 자세히 관찰하게 되니 특별하게 보이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과거를 톺아보기도 하니까.


 이런 산책이 더없이 간절해지는 날은 바로 어제 같은 날. 전날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고, 자기 전까지 두 아이의 등쌀에 잠들며 머릿속이 이지러져 있을 때다. 아침에 일어나 새벽공기 마시며 탁탁 발소리를 내며 걸으면 전날 머릿속에 쌓인 잡다한 먼지들도 탁탁 털어내는 기분이 들어 더없이 좋다.그래서일까? 요즘엔 밤에 잠드는 것이 더 이상 힘들지 않다. 다음날 산책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말이다.


 가을한정 산책이라 명명했지만, 겨울이 오면 또 겨울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겨울한정 산책도 기대해보련다. 그러려면 두꺼운 옷을 준비해두어야겠지만 그 생각만으로도 삶이 조금 더 탱탱해지고 쫄깃해지는 기분이라 좋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건, 이토록 삶에 윤기를 주는 행위이다. 매일의 삶에 부딪히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더 찾아나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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