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이들마다 뿜어내는 에너지가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어 주변까지 밝게 만드는 사람이 되려면, 내안의 에너지를 먼저 채우기.
어제는 이상하게 몸이 가라앉고 어쩐지 울적한 기분이었다. 돌아보니 날씨탓도 있고 호르몬탓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내게서 좋지 않은 에너지가 교실에 퍼져나가니 아이들도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것 같았다. 게다가 몇몇 아이들의 부정적인 언행들과 행동이 안그래도 기상상황 탓에 어두컴컴한 반 분위기에 시커먼 먹구름을 잔뜩 몰고와 삽시간에 잿빛으로 물들여버렸다. 보이지 않는 교실의 어두운 분위기가 내 세포하나하나에 스며들어 퇴근 하는 데도 몸이 평소보다 더 천근만근이었다.
하루하루 내가 체감하는 교실의 분위기는 색색깔의 물감이 수놓인 파레트처럼 매번 다르다. 어떤 날은 밝고 활기찬 에너지가 감도는 원색의 물감처럼 밝은 색채였다가 또 어떤 날은 그 원색들이 조화를 못이루고 마구 섞여 이루는 어두운 색채가 되기도 한다. 곰곰 생각해보니 그것은 나를 포함한 26명의 반 아이들이 그때그때 다르게 내는 몸 속 에너지 파장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3명의 에너지가 밝아도 나머지 24명의 에너지가 어두우면 그 어두운 물감에 잠식당해버릴 수 밖에 없다.
어제는 나부터가 부정적인 에너지 파장을 몰고 왔고.(어제 새벽에 5시 기상이 문제였던 것 같다), 그리고 비오는 날 유독 날뛰는 몇몇 학생들의 부정적인 언행과 체육시간 반 전체게임 후 서로를 탓하는 날선 말들. 그런 것들이 우리 반의 색채를 점점 시커멓게 물들인 게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배경색인 날씨의 영향을 더 받는 걸까? 비오면 유독 아이들이 쳐지고 어두운 분위기가 교실을 에워싸는 경우가 많으니까.
내 몸에서 나오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니 밝은 에너지를 뿜고자 내면을 잘 다스려야 겠다는 생각이 일순 들었다. 그래서 어제는 밤에 일찍 잠들고 오늘은 6시 50분까지 푹 잤다. 그러고나니 내 몸 구석구석 숨어있던 밝은 에너지가 하나둘 움터왔다. 밝은 기분으로 남편에게 어제 수고 많았다는 말을 건네고, 오늘 학교에서 만난 화장실 청소 아주머니께 가방에 든 견과류와 쿠키 하나를 건네며 내 안의 긍정에너지를 전달했다. 청소 아주머니께서 "마침 출출했는데 너무 잘됐네요" 그 말 한마디를 선물처럼 다시 가방에 넣어 교실로 향한다.
교실에 한걸음 내딛는 순간 어제와는 확연히 다른 공기가 온몸으로 훅 끼쳐든다. 잠을 푹자서 일까 어제보다 한층 밝은 에너지를 품고 교실에 발들여놓으니 교실 앞쪽은 잠시 환해진다. 그리고 교실을 둘러보니 여전히 부정적인 기운을 내뿜는 아이가 보인다. 아침부터 나쁜 말을 했단다. 그 아이를 불러 나는 그 말을 하는 순간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어두운 에너지에 대해 설파한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다음의 말로 갈무리한다. “나쁜 말을 하는 순간 과학시간에 배운 수증기처럼 보이진 않이지만 너의 몸에서 나쁜 에너지가 빠져나돠 주변은 순식간에 어둡게 물들거야. 밝게 만들려면 어떤 말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라며 성찰문을 조심스레 건넨다.
아이들에게도 아침활동판에 이렇게 적는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풍기는 사람이 되자. 그 에너지가 반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풍기기 위해선, 내 기분을 시시각각 알아차리고 기분에 잠식당하지 않게 늘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내 기분을 좀 더 나아지게 하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전담시간 종료 5분전,피곤하고 초조한 이 마음을 달래러 나는 지금 연구실로 커피를 타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