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양심이라도 지켜야 더 큰 나로 성장할 수 있다
오늘 아침, 여느 때와 달리 학교 1층 현관이 부산스럽다. 바로 학교 행사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행사의 이름은 학교폭력 예방캠페인. 나와 상담선생님이 함께 주최하는 행사라 나도 함께 힘을 보탰다. 학교폭력선언문을 읽은 뒤 스티커를 받아 붙이면 과일맛 젤리 하나씩을 받아갈 수 있는 행사라 반응이 뜨거웠다.
어제와는 다른 확연히 추운 날씨. 빰에 닿는 공기가 제법 차다. 아이들은 손을 떨면서도 젤리를 받으려 눈을 반짝이며 긴 줄을 감내한다. 팍팍한 학교생활에 이런 작은 이벤트는 아이들에게 한 줄기 빛일테다. 아이들 표정을 보니 삼일 전 1300개의 젤리를 주문하고 무거운 상자를 땀을 뻘뻘 내며 옮긴 수고로움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듯 했다. 발걸음 무겁게 등교한 아이들은 젤리를 받아드는 순간 발걸음 가볍게 뒤돌아 교실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입가에 절로 웃음이 번진다.
하지만 곧 그 웃음은 한 무리의 6학년 남학생들의 만행으로 잠시 머물렀다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린다. 길게 늘어선 줄 틈으로 갑작스레 비집고 들어와 다짜고짜 젤리를 내놓으라고 하는 아이들. 그 기세에 스티커와 젤리를 나누어주던 5학년 아이들은 잠시 멈칫하고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나는 뒤에 아이들을 보라고 말하며 정당하게 줄을 서라고 일러준다.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 조금 더 강한 어조로 반복하자 그제서야 슬그머니 뒤로 가 줄을 선다.
그 아이들의 차례가 되자 5학년 아이들이 내게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아까 받아간 오빠들이예요"
자세히 보니 주머니 틈으로 불거져 나온 파란색 젤리 봉지가 눈에 띄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전교생 모두에게 나누어줘야 하니 정당하게 하나씩 받는 거라 일러준다. 그럤더니 아이들은 "이거 친구가 준거예요 전 안받았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눈빛만 봐도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은 13년 경력의 촉으로 알아챈다. 나는 작은 젤리 하나와 그보다 더 큰 양심을 맞바꾸지는 말자며 훈계아닌 훈계를 하고 조용히 돌려보낸다.
그 아이들 말고도 몇 번을 다시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몇차례나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젤리하나에 양심을 맞바꾸지 말자라는 말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해 귀에 흘러들게 했다. 그럼에도 여러개의 젤리를 주머니 속에 넣고 교실로 가는 아이들도 많았을테다. 행사가 다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 젤리 부족사태로 찬바람을 이겨내며 줄을 섰다가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 교실로 간 아이들이 많았던 것을 보면 말이다.
하긴, 어른들도 눈 앞의 유혹에 잠시 양심을 팔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말해 무엇하랴. 나도 얼마 전 마트를 들렀다가 작은 아이 손에 들려있는 머랭쿠키를 깜빡하고 집에 다와서야 그 사실을 인지한 적이 있었다. 귀찮아서 몇 번 고민하다 마음에 뭔가 걸린 듯 찝찝해 다시 돌아간 일이 생각났다. 그러고 돌아오는 길은 어떤 때보다 홀가분했었고. 나는 교실로 와서 얼마전 겪은 내 경험과 함께 아이들에게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하며 이런 말을 해주었다.
"얘들아 양심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럴 수록 더 소중히 지켜야 하는 거야. 보이지 않는 건데 뭐 어때? 라는 마음을 가지고 내 마음 속 양심을 계속 속이고 파괴하면 결국엔 파괴된 양심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내뿜게 할 수도 있어. 어제 배운 대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 일제히 대답한다.
"보이지 않아도 양심을 속이지 않아야 해요"
한 낱 젤리와 양심을 맞바꾼게 무슨 문제일까 하지만서도 이러한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켜켜히 쌓여 그 사람의 에너지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결코 사소하게 볼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것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면 더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