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받을 효도를 내일로 미루지 말라

어버이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할 것은?

by 이유미

오늘의 세줄쓰기 주제


부모님에게 꼭 주고 싶은 선물과 이유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어버이날이면 으레껏 학교에서는 부모님을 위한 카네이션을 만들고 편지를 쓰는 활동이 이루어진다. 나도 오늘 아이들과 카네이션 감사패를 만들고 편지를 쓰는 활동으로 어버이날 행사를 알차게 계획해두었다.


어버이날을 맞아 세줄쓰기 주제도 그에 걸맞은 내용으로 정했다. 아이들이 부모님께 주고 싶은 선물이 무엇일까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우리 아들의 마음도 아이들의 글을 통해 엿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사뭇 진지하게 부모님이 좋아할 법한 선물들을 골똘히 고민 후 연필을 열심히 움직여가며 써내려간다. 글쓰기 주제가 던져지면 늘 주석처럼 달리곤 하는 “뭘써야할지 모르겠어요” 라는 말이 오늘따라 쏙 들어갔다. 아마도 내가 열흘 전 과제로 내준 “부모님관찰일기”를 쓰며 부모님이 좋아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본 탓인지도 모르겠다.


10분여의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은 하나 둘 세줄쓰기를 조심스레 내게 건넨다. 그 순간의 나는 교사의 가면을 조심스레 벗고 엄마의 가면을 쓰고 아이들이 쓴 선물 목록을 쓱 훑어본다. 대부분이 아이들 머릿속에서 나올법한 것들이다.


가장 기본인 카네이션 선물, 그리고 정성담긴 손편지부터 어떤 아이는 엄마가 얼마전 백화점에 가서 눈으로 훑고만 온 명품 가방을, 또 누군가는 아빠에게 낡은 차 대신 새 차를, 또 다른 누군가는 엄마가 회사전화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몇 개씩 까먹곤 한다는 초콜렛을, 우리반 장난꾸러기 승민이는 엄마가 좋아하는 카페의 기프티콘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부모님이 갖고 싶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면밀히 알고 있음에 잠시 가슴이 뭉근해져왔다. 그런 아이들의 생각을 엿보며 우리 아들은 과연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어버이날 활동을 하다보니 바로 어제 맘카페에서 접한 글이 불쑥 떠올랐다. 어버이날인데 대딩 아들이 선물은 카네이션도 하나 주지 않더라며 서운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에 무슨 그런 걸로 서운할까 싶었는데 이유인즉슨 초등학교때 카네이션 색종이 하나 받아본 이후 한 번도 어버이날을 챙김받지 못했다는 것. 선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 표현이 없다는 것에 큰 서운함이 묻어나는 글이었다.


그래놓곤 자신은 생일에 뭐해달라, 용돈 좀 올려달라 요구는 많으니 자식이지만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진다는 이야기. 그 글을 읽다보니 아무리 자식이지만 그런 행동까지도 다 품어지지 않겠다 싶었다. 그러면서 글의 말미엔 자신의 탓도 했는데 초등학교때부터 어버이날 감사하는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주어야 했다며, 자식인데 뭐 별거 아닌 거라 생각하고 늘 넘겼던 자신을 책망하기도 했다.

그글을 보는데 어제일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아들이 내게 엄마 어버이날이니까 내가 포켓몬 금고에서 5만원 선물해줄게 엄마 필요한 거 사 라고 내게 말을 건넸다. 나는 아이의 돈이니까 아까운 마음에 엄마 괜찮아 필요없어 00이 써 라고 말했는데 갑자기 그러면 안되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번쩍 했다. 자기 선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마음을 내보인건데 그런 식으로 무마해버렸다니. 갑자기 그 엄마의 한숨 가득담긴 글이 떠오르며 나도 향후 십여년 뒤에 그런 글을 올릴 수도 있겠거니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아침에 일어나 아들에게 잘 잤냐는 말을 건네고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어제 엄마에게 준다고 했던 선물 너무 받고 싶어. 줄 수 있어?“


아들은 부스스한 눈을 부비며 신나게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더니 내게 5만원권 한장과 전날 학교에서 쓴 어버이날 편지를 건넸다. 나는 아들을 포옥 안아주며 귓가에 달콤하게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다. 아들은 엄마를 기쁘게 했다는 사실에 어깨가 한껏 치솟은 채 등교준비를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나는 아들의 얘기를 해주며 아이들에게 말한다.

”부모님이 우리를 위해 모든 걸 아낌없이 준다고 해서 우리는 아낌없이 받기만 하면 안된단다. 어린이날 생일 심지어 평소에도 여러분을 위해 모든 걸 해주시려 노력하는데 우리는 어버이날만이라도 고마움을 아낌없이 표현해야 해. 아무리 부모님이 괜찮다고 넘겨도 그건 정말 괜찮은게 아니야. 매해 작은 손편지라도 써서 마음을 표현해드려야 해. 그렇게 만든 습관이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님을 향한 마음을 표현하게끔 하는 디딤대가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선생님이 엄마로서 솔직히 말해주는 건데 엄마아빠도 아이들에게 받는 거 좋아해. 꼭 비싼 물건이 아니라 진정성있는 감사한 마음 말이야“


나의 말에 아이들의 눈빛이 한껏 애처로와지면서, 늘 어버이날마다 목도하던 형식적이다 못해 무미건조한 편지 대신 아이들의 마음을 진하게 통과한 진심들이 행간 사이사이 가득 배어났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아들로 태어날래요“

”매일 저희를 위해 새벽 여섯시 반에 나가 저녁 9시에 나오는 아빠 감사하고 존경해요“

”엄마는 나의 등대같은 존재예요. 오래오래 곁에 남아주세요“

“일하고 와서 힘든데 내가 배고프다면 옷도 안갈아입고 요리하는 엄마 사랑해요”


적어도 이 아이들은 몇 년 뒤의 어버이 날, 어느 맘카페에 한탄어린 한 엄마의 글에 등장하는 대딩 아들 딸은 안되겠지 싶어 마음이 사르르 놓였다.


어제 맘카페에서 아들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았던 한 안타까운?엄마도 아들에게서 작은 마음 표현이라도 받는 날이기를. 그 아들이 편의점을 들어가다 앞에 놓인 카네이션 화분을 보고 아차 싶어 사서 들어가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래본다. 뭐 아니라면 마음 속으로 뭔가 쿵 하고 울리는 진동정도는 느끼기를.


방금 유치원에서 딸이 받아온 귀여운 문구가 내 마음에 각인되었다. “오늘 할 효도를 내일로 미루지 말라.” 어버이날을 맞은 부모님들이 명심할 것은 “오늘 받을 효도를 내일로 미루지 말라. ”


작은 감사표현이라도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알려주기. 그리고 아이들이 마음 표현을 할 땐 괜찮아 대신 얼굴 가득 미소꽃을 피우며 한껏 과장한 말투로 “감동이야 너무 고마워 덕분에 힘이난다”라고 말을 해주는 것이 어떨까?



keyword
화, 목 연재
이전 04화4학년 아이들이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