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쓸모.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나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

by 이유미

"당신의 쓸모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 들렀다 내 눈에 들어온 "나의 쓸모"라는 그림책 맨 뒤 면지에 나온 한 구절이다. 당신의 쓸모라. 이 구절을 한참을 되뇌어보았다. 책을 보는 순간 어느새 나는 어떤 쓸모를 가지고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에 누가 먼저 대출해갈까 노심초사하며 책을 품속에 고이 모셔왔다.


나의 쓸모라는 책에서는 한 때는 화병의 역할을 하며 멋지고 우아한 삶을 살다가, 갑자기 온몸에 균열이 생기고 일부가 깨지며 화병으로서의 쓸모를 다 한채 쓰레기장 근처에 버려진 화병이 주인공이다. 운좋게도 착한 주인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와 탐스런 방울토마토를 피우면서 화분으로서의 삶도 나쁘지 않네 라며 자신의 두번째 쓰임에 만족스러움을 표하며 마무리되는 이야기다.


이 책은 여태 아이들과 읽어왔던 그림책과는 달리 조금 무거운 삶의 질문을 던지는 책이었다. 아이들과 질문을 나누며 수업을 시작한다.


"책에 나오는 화병처럼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니?"

나의 질문에 아이들은 여느 때와 달리 심각한 표정을 하고선 눈을 허공에 치뜨며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몇 분 뒤 한 명의 아이가 손을 들고 대답한다.


"얼마 전에 수학 시험을 70점을 맞았는데 엄마가 왜이리 못봤냐고 혼내실 때요"


한 아이의 대답을 시작으로 생각의 물꼬가 트인 아이들은 줄줄이 소세지처럼 대답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동생과 싸웠는데 엄마가 동생말만 들어줄 때요"

"물건을 잃어버렸거나 실수할 때 왜이렇게 조심을 못하냐고 잔소리 들을 때요"

"엄마한테 꾸중듣고 누나랑 싸워서 한 대 맞을 때요"

"아무도 저한테 관심을 주지 않을때요"

"학원에서 시험점수를 많이 못 받았는데 이게 대체 뭐냐고 같이 살지 말자고 할때요"


가벼운 잔소리부터 엄마의 화가 가득 느껴지는 마지막말까지. 아이들은 주로 부모님께 혼이 날 때 자신이 쓸모가 없다고 여기는 듯 했다. 저 말들은 가끔 내가 아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서 가슴이 선득해져왔다. 부모의 말이 아이들을 한 순간에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게 만드는 구나 싶어 가슴이 철렁하는 부분이기도 했고.


그러면 언제 쓸모가 있다고 여기는 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학교에서 우유나르기 1인1역 하고 친구들에게 네 덕분에 우유를 잘 마시게 되었어 라는 말을 들을 때요"

"엄마의 심부름을 해주고 나서 고맙다. 네 덕분이야. 라는 말을 들을 때요"

"아파트의 쓰레기를 주웠는데 경비아저씨가 착한 아이네 라는 말을 들었을 때요"

"계산을 잘해서 엄마가 쿠팡장바구니에 담은 것 계산해주고 칭찬들을 때요"

"아침 등교길에 동생을 유치원까지 데려다주고 칭찬받을 때요"


아이들이 쓸모있다고 여기는 순간 또한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거나 인정을 받을 때였다.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가 "네 덕분이야"라고 말해오는 순간 말이다. 작은 행동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이 쓰임 받았다는 생각이 그 행동을 대단한 무언가를 한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 것이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얼마 전 아들과 있었던 일도 떠오른다. 늘 물건을 챙기지 못하고 미숙한 2학년인 아들. 그로 인해 늘 내게 잔소리나 추궁을 자주 받는 편이다. 카레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에게 너는 아직 칼질이 미숙해서 못해.라며 성가신 표정으로 얼른 구몬숙제나 하라고 말했었다.


그 말을 내뱉자마자 내게 보인 아이의 절망스러움 역력한 표정이 안쓰러워 아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카레가루 붓기와 주걱으로 젓는 것을 양보해주었다. 신난 표정을 얼굴가득 머금고 카레를 조심스레 젓던 뒷모습은 행복함이 가득 배어있었다. 다 완성된 카레를 보며 누구보다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날 저녁 두그릇이나 먹고 배를 퉁퉁 치던 모습이 아직도 선연하다.


그 이후 아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하나씩 해보라고 권하며 자신의 쓸모에 대해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중인데 얼마 전엔 카페에서 반쯤 먹다 남은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더니 의기양양하게 양손으로 커피컵을 가져다주며 회심의 미소를 날렸더랬다.


아이들은 그렇게 늘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야만 쑥쑥 자라고 성장하는 가보다. 작고 미숙한 존재이지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내고 인정받을 때 세상 거대한 존재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엄마에게 작은 심부름을 해주고 웃는 순간들. 교실에서 1인1역을 하고 자신의 손길하나로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는 순간들. 그런 순간순간들을 맛보기 위해 아이들은 있는 힘껏 자신의 쓸모를 다해내고 있는 것이다.


다 자란 어른들에게 이 책을 읽고 나의 쓸모에 대해 묻는 다면 아마도 뭔가 거창한 것을 자꾸 떠올리려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볼 때 누군가에게 큰 영향력을 준 것만 떠올리려다 보니 잘 생각이 나지 않고 그로 인해 나는 여태 뭐하고 살았지?라는 자조섞인 물음이 되돌아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랐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쓸모를 떠올리며 행복해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부모님 웃겨드리기. 작은 심부름하기. 동생 돌보기 등등. 그런 것들로 자신의 존재를 거대한 무언가로 여겨질 수 있게 만들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에 어떤 쓸모가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냐는 나의 질문에 각양각색의 답을 내놓지만 공통적으로 들어가있는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사람. 도움을 주는 사람이요"


물론 친구들과 선생님께 칭찬받고자 쓴 말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그 말은 대부분 진심으로 느껴졌다. 아까 발표시간에 자신이 쓸모가 있는 순간은 바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칭찬을 받는 순간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기에.


나도 아이들처럼 작은 쓸모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속으로 작게 다짐해본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쓸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어야지 라는 생각도 동시에 해본다.


오늘 나의 쓸모는 바로 이 아이들에게 그림책 "나의 쓸모"를 읽어주고 자신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보며 양어깨를 하늘로 솟구칠 수 있게 만든 기회를 준 것. 아이들의 쓸모는 나의 수업에 진심을 다해 참여하며 세상을 밝게 비추어낼 미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


나의 가슴을 오래도록 울린 책의 마지막 글귀처럼 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의 쓸모는 평생 끝나지 않을 것을 가슴에 새기며 부지런히 오늘도 나의 쓸모를 찾아가보기.



당신이 생각하는 당신의 쓸모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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